한파가 몰아치는 세밑이지만 마음이 훈훈해지는 기부 열풍이 불고 있다. 익명의 노신사가 6800만원의 무기명채권을 구세군 자선냄비에 넣었고, 팔순의 노점상 할머니는 평생 번 돈 1억원을 내놨다. 김연아 박찬호 최나연 등 스포츠 스타들도 기부릴레이를 펼친다. 삼성그룹 임직원은 신경영 20주년 보너스의 10%를 기부하는데 그 금액만도 1000억원을 웃돈다고 한다. 자꾸 들어도 반가운 소식들이다.

경기침체로 삶이 팍팍해지고 철도파업, 대선불복 등 어수선한 사회분위기에도 국민들은 인색하지 않다. 뜨겁게 달아오른 ‘사랑의 온도’ 덕에 혹한에도 춥지 않게 느껴진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올해 모금 목표액을 지난해(3020억원)보다 3% 늘어난 3110억원으로 늘려잡았지만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고 한다. 얼굴 없는 천사들의 끊임없는 기부 행렬 덕이다. 그럴수록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제 밥그릇만 챙기고, 정쟁과 헐뜯기에 여념 없는 이들을 한없이 부끄럽게 만든다.

기부가 늘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최근 발표한 세계기부지수(WGI)에서 한국은 지난해 45위로 필리핀(17위), 태국(26위), 캄보디아(40위)보다도 낮았다. 2010년 82위, 2011년 57위보단 올랐어도 세계 15위 경제규모를 생각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기부 형태가 연말에 현물·현금 위주의 일회성이고, 기업·단체 기부가 주종인 게 현실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언제든 자발적으로 기부할 수 있어야 진정한 기부문화라 할 수 있다. 그러려면 기부 관련 세제를 정비하는 등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인간은 이타적 존재이지만 사회적 격려를 필요로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