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LNG(액화천연가스) 선단과 전용선 사업부 매각을 포함해 3조원 규모의 자구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비핵심 계열사 지분과 유가증권 등을 다 팔기로 했다.

20일 금융감독 당국과 현대그룹 등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이르면 22일 이 같은 내용의 자구계획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대그룹, 자산 3조 판다
현대그룹이 매각하기로 한 자산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LNG 선단이다. 1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현대그룹은 추정하고 있다. 또 전용선(벌크선) 사업부를 매각해 최대 5000억원가량을 마련하고, 현대증권 지분도 팔기로 했다.

매각하는 현대증권 지분은 현대상선이 가지고 있는 25.9%와 현대증권 자사주 9.83%다. 시가로는 3600억원가량이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이보다 가치가 커질 수 있다고 현대그룹은 보고 있다.

현대상선이 가진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 금융회사 주식도 모두 팔기로 했다. 이 가치는 약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외에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2000억원,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유상증자로 2175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 장충동의 반얀트리호텔과 경기 양평의 현대종합연수원도 매각할 방침이다.

현대그룹은 장기적으로 3000억원 규모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최근 한진해운 영구채 발행이 불발된 만큼 당분간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그룹과 산업은행은 이 같은 자산들을 특수목적회사(SPC)에 넣어 매각할지, 개별적으로 매각할지 여부를 놓고 논의 중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SPC 편입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현재 5000억원가량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고, 회사채 차환 지원 제도(총액인수제)로 이달 만기가 돌아온 2800억원가량을 막았기 때문에 당장 급한 유동성 문제는 없다.

하지만 내년 중 회사채(4200억원)와 기업어음(CP·4000억원), 선박금융(6500억원) 등의 만기가 도래한다.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도 파생금융상품 거래로 4500억원가량의 평가손실을 입고 있는 형편이어서 선제적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상은/오상헌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