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부 도쿄와 오사카 중간에 있는 시즈오카현은 내란이 끊이지 않았던 전국시대를 끝내고 평화로운에도시대(1603~1867년)를 열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도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75년의 생애 중 43년을 이곳에서 살았다. 그래서 시즈오카현에는 그와 관련된 하마마쓰성과 그가 즐겼던 음식들이 많다.
스시도시락
하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보다 더 유명한 것이 있으니 일본 하면 떠오르는 후지산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직접 후지산을 찾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도쿄를 거쳐 멀리서 후지산을 바라보며 간접 여행을 한다. 하지만 직접 후지산을 오르며 분화구 트레킹을 하거나 후지산 기슭 주변에서 카약이나 사이클을 타고 체험여행을 즐기는 것은 일본 여행의 또 다른 재미다. 시즈오카현은 아웃도어 여행이나 체험을 원하는 여행객을 위해 관광코스도 만들어 놓았다.
후지산 호에이 화구 트레킹
호에이화구 트레킹
후지산은 일본 사람들도 한번은 올라가고 싶어하는 곳이다. 후지산 등산을 시작하는 출발점은 후지노미야, 고텐바, 스바시리 등 세 곳의 출입구다. 이 가운데 초보자들에게는 안전하게 등산 및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후지노미야 코스가 적당하다. 후지산 5부 능선(해발 2400m)에 위치한 등산로 입구를 출발해 호에이 화구, 제2화구를 거쳐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는 90분가량 걸린다.
다누키 호수 캠핑
1707년 대분화로 탄생한 호에이 1화구는 최대 직경이 1.3㎞로 제법 장대하다. 화산 분출 때 터져나왔던 용암조각들로 만들어진 비탈을 따라 화구로 올라간다. 밟으면 살짝 빠지는 화산석들이 걸음을 늦추게 하지만 그 느린걸음이 후지산 트레킹의 재미를 더해준다. 비탈길을 올라가다 뒤돌아보면 발밑으로 후지노미야시 전경과 그 앞바다인 스루가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후지산 바라보며 카약·사이클링
시즈오카현 어디를 가나 후지산이 보인다. 호텔에서 아침에 창문을 열면 눈덮인 후지산 정상이 햇살에 밝게 빛나며 눈앞에 펼쳐진다. 가노가와 강에서 카약을 타고 4㎞ 정도 내려가다 보면 정면으로 후지산이 보인다. 2시간 코스의 카약타기 체험은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을 따라 주변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
시즈오카현 후지노미야시의 후지산 기슭, 아사기리 고원에 있는 다누키 호수 주변 4㎞의 사이클링 코스도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다누키 호수는 후지산 산록에 조성한 동서 1㎞, 남북 0.5㎞의 인공호수다. 자전거를 빌려 호수 주변을 30분 정도 일주하는 것도 상쾌한 경험이다. 캠핑장도 마련돼 있어 요즘 국내에서 관심과 참여가 급증하고 있는 캠핑투어도 가능하다.
가노가와강 카약 체험
다도체험·후지산 바비큐로 심신 힐링
후지산 트레킹과 카약 체험 등 힘을 쓰는 여행을 한 뒤에 녹차(오차)체험관에 들렀다. 시즈오카현은 차 생산지로 유명하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차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하마마쓰 우나기
에도시대 다이묘(봉건영주)인 고보리 엔슈가 시마다시의 정원 안에 만든 오차노사토 박물관에서는 오차를 직접 만들어 마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4~10월엔 차밭을 걸으며 찻잎따기 등도 체험할 수 있다. 다도 체험 등으로 정신을 맑게 했다면 이젠 몸을 든든하게 할 먹거리를 즐길 차례다. 섬나라인 일본은 어딜 가나 횟집이 많고 수산물이 풍부하지만 시즈오카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돼지고기 바비큐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후지산 기슭 아사가리 고원에서 자란 아사가리 고원 돼지, 특별히 발효 요구르트 상태로 가공한 사료를 먹인 아사가리 요구르트 돼지, 일명 ‘루이비돈’이라 불리는 LYB돼지(랜드레이스, 요크셔, 버크셔 등 세 가지 품종을 교배시켜 얻은 품종) 등으로 만든 세 종류의 바비큐는 맛과 영양이 매우 뛰어나다. 후지 밀크랜드에서는 이런 먹거리 체험을 하면서 숙박도 할 수 있다.
히가시이즈 온천
걷고 노를 젓고 페달을 밟고 배부르게 먹었다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체험은 역시 료칸에서의 온천욕이다. 시즈오카에는 수많은 온천이 있는데 온천욕을 하면서 바다나 후지산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슈겐지 온천마을은 시즈오카현이 있는 이즈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인데 곳곳에 무료로 족욕을 할 수 있는 노천탕이 있다. 산책과 관광을 하다 이곳에 발을 담그고 석양에 붉은 빛으로 물드는 후지산을 바라보면 피로가 싹 가신다. 바다를 볼 수 있는 온천들에선 태평양에서 솟아오르는 아침해를 볼 수도 있다. 그중 유명한 온천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칭찬했던 아타미온천으로 이즈반도 해안선에서 산쪽으로 걸쳐 늘어선 대온천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