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채권은행과 협의 중인 현대그룹이 금융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반얀트리 호텔, 항만 터미널 사업 등도 매각해 총 3조5000억원의 자금 수혈에 나선다.

현대그룹은 22일 이 같은 선제적 자구안으로 최근 시장에서 제기된 현대그룹의 유동성 문제를 해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현대증권 매각을 필두로 한 '금융업 철수'를 초강수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에 대해 지난달까지만 해도 매각안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한축인 금융계열사 매각 여부에 대해 고심을 거듭했으며, 현대그룹의 유동성 문제 해결과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후의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는 현대증권의 최대주주인 현대상선으로 꼽힌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보통주 25.9%, 우선주 13.57%)과 현대증권 자사주 (보통주 9.83%)를 시가로 치면 총 4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실제 현대증권 매각금액은 7000억~8000억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

현대증권 자회사인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까지 함께 팔면 전체 매각 금액은 1조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금융계열사 등의 매각 방식은 SPC(특수목적회사) 설립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SPC를 설립해 금융계열사 등의 자산을 이전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적인 매각방안과 절차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과 협의해 진행한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항만터미널사업의 일부 지분도 매각된다. 벌크 전용선부문의 사업구조 역시 조정 절차를 밟는다. 여기서 총 1조5000억원을 조달할 방침이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국내외 부동산, 유가증권, 선박 등의 경우 4800억원 규모에 매각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부산 용당 컨테이너 야적장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 소재 부동산과 보유중인 유가증권도 포함된다.

자본확충 노력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상선의 외자유치 추진과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를 추진해 3200억원 이상을 마련키로 했다.

내부 구조조정도 실시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구조조정 및 업무개선을 추진하고, 현대아산 등 다른 계열사도 구조조정을 실행한다.

기타 방안으로 현대상선 등 계열사 구조조정과 서울 장충동의 반얀트리 호텔 매각으로 34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현대그룹은 확보한 유동성 가운데 1조3000억원 정도의 부채를 상환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 등 주요 3개사 기준 부채비율을 지난 3분기 말 기준 493%에서 200% 후반대로 낮아진다는 게 현대그룹의 설명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자원과 역량을 현대상선이 중심이 되는 해운, 현대로지스틱스의 물류, 현대엘리베이터의 산업기계,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등 4개부분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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