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서울서 6만명과 흥겨운 무대
“가창력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볼거리를 충분히 준 콘서트였습니다. 팬들에 대한 싸이의 배려심도 깊어졌고요. 싸이의 말대로 적정한 값어치를 했습니다.”(작가 손영미 씨·45)

지난 20~22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싸이(34·사진)의 ‘올나잇스탠드-달밤에 체조’ 콘서트는 팬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10대부터 70대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팬들은 줄곧 자리에서 일어나 싸이의 흥겨운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회당 1만2000석 3회 공연에다 2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두 차례 공연까지 총 6만석의 티켓이 매진됐다.

이번 공연에서 싸이는 ‘강남스타일’에 담긴 B급 정서를 무대에 한껏 풀어놨다. “행복이란 제자리를 찾는 것이란 말이 있는데 해외를 바쁘게 돌아다니다 제자리로 돌아온 지금, 저는 ×나게 행복합니다”라고 인사말을 던진 그는 자칭 ‘국제가수’가 아니라 ‘그냥 가수’이며 ‘광대’이자 ‘놀이꾼’ ‘딴따라’라고 소개했다.

무대 영상도 근사하고 세련됐다기보다는 만화처럼 화끈하고 친근했다. 여성복을 입고 배불뚝이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 여장 무대 때는 객석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빨간 전신 슈트를 입고 엉덩이를 흔들며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를 부르며 관객들에게 충격을 준 것이다.

그는 스스로 싸구려를 표방하지만 무대 정서는 싸구려가 아니었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팬들의 마음속에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챔피언’으로 시작해 ‘연예인’ ‘라잇나우’ ‘나 이런 사람이야’ ‘새’ ‘어땠을까’ ‘낙원’ 등 히트곡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강타한 ‘젠틀맨’ ‘강남스타일’ 등을 불렀다. 노랫말에는 “~반전 있는 여자” “마지막에 널 안아줬다면 어땠을까” 등 마음을 솔직하게 꺼내 보이는 직설화법이 관통했다.

싸이가 관객과 직접 소통하며 흥겨운 이벤트로 이끌어갔다면 하루씩 게스트로 초청된 이적 김범수 이승기 등은 가창력을 앞세워 감미로운 시간을 보냈다. 음악공연에도 여러 가지 색깔이 있다는 것을 단박에 비교할 수 있게 해줬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