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한진해운의 벌크 전용선 사업부문 매각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팔아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은 좋지만, ‘제값을 받고 팔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이 이미 한진해운 경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한진해운이 추진하고 있는 벌크 전용선 사업부 매각과 관련해 “제대로 매매 계약서를 검토해야 한다”며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이미 사겠다는 곳이 있지만,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했을 경우엔 그동안 논의된 내용을 원점으로 돌리고 다른 매수자를 찾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매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가격을 제대로 평가해서 받는 것인지, 별도 옵션 등 추후 불이익이 될 만한 요인은 없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 한진해운의 새 사장으로 임명된 석태수 전 (주)한진 사장도 본인이 취임하기 전에 추진된 이 계약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이 매각하기로 한 벌크 전용선 사업부는 벌크선 사업부 3개(전용선·재래선·특수선) 중 한 부문이다. 포스코가 철광석을 실어 나르거나, 한국전력이 석탄을 실어 나르는 등 장기 운송계약이 체결돼 있어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고 이익도 상당히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매각 대상 사업부는 5000억원짜리로 볼 수 있지만, 부채를 제외하고 3000억원 안팎에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며 “내년 1분기까지 매각이 완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대한항공이 조만간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최대주주가 되는 만큼 기존에 거의 성사된 계약이라 하더라도 다시 깐깐히 따져 보겠다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측의 뜻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의 운신의 폭이 갈수록 좁아지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