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인당 연간 영화관람 횟수가 세계 1위로 올라섰다. 극장체인 CJ CGV는 ‘글로벌 빅5’ 극장 대열에 진입하는 등 멀티플렉스가 이끈 한국 영화산업이 선진국형으로 도약했다.

22일 극장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2억명을 돌파한 국내 총 영화관객 수가 이달 말까지 2억1000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1인당 평균 영화관람 횟수는 4.12편(안전행정부 9월 말 발표 총인구 5100만명 기준)을 기록하며 미국(2013년 3.88회 예상, 스크린 다이제스트 기준)을 제치고 사상 최초로 세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호주는 3.75편, 프랑스는 3.44편 등으로 뒤를 따른다.

국민 1인당 연평균 4회 이상 극장을 찾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세계에서 영화를 가장 많이 관람했던 미국은 2002년 1인당 5.13편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다가 올 들어 한국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CJ CGV는 이날 단일 극장 브랜드로는 세계에서 5번째로 연간 국내 관객 수 1억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1위인 미국 리갈시네마를 비롯해 2위 AMC(2012년 중국 다롄완다가 인수한 미국 내 극장체인), 3위 미국 시네마크, 4위 멕시코 시네폴리스 등에 이은 것이다.

CGV 측은 “한국의 영화 관람 인구가 세계 최고가 된 배경에는 CGV 등 멀티플렉스 역할이 컸다”고 주장했다.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인 CGV강변이 개관하기 한 해 전인 1997년 1인당 극장관람 편수는 1.0편에 불과했는 데 멀티플렉스가 등장한 지 15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는 얘기다. 과거 단관 시절에는 100만명을 동원하는 데 6개월이 걸리는 등 영화관람 자체가 제한적이었으나, 멀티플렉스 등장으로 영화 관람이 ‘일상적인 문화생활’로 정착됐다고. 극장 관객이 비약적으로 늘면서 한국 영화 제작에 대한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형성해 올해 한국 영화 점유율은 6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CGV 측은 강조했다.

그러나 1인당 영화관람 편수가 세계 최고가 됐다는 것은 미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에 다가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국 영화산업이 지속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극장사업은 글로벌 인수합병을 통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중국 완다그룹은 미국의 AMC를 인수해 북미와 유럽 등 6개국에서 479개 극장, 6000여개 스크린을 운영하는 세계 2위 극장으로 도약했다.

이에 따라 CGV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CGV는 올해 국내 관객 1억명 외 해외에서도 1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이날 현재 스크린 수는 1201개이며 이 중 해외는 296개다.

서정 CJ CGV 대표는 “CGV가 글로벌 톱5에 진입한 만큼 영화관람과 생활문화공간을 합친 CGV 특유의 한국형 컬처플렉스 문화를 전 세계로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