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성장이 놀랍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3분기 GDP 증가율 확정치가 연율기준 4.1%로 시장 예상치 3.6%를 크게 웃돌았다. 201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라고 한다. 미 경제활동에서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소비 지출이 2.0% 증가한 데다 기업 설비투자도 4.8%나 늘었다고 한다. 고용 사정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미 경제가 선순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중앙은행(Fed)이 내년 1월부터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할 수 있었던 자신감을 확인시켜준다.

주목할 것은 이런 경제성장이 돈을 풀어 끌어올린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양적완화는 Fed가 스스로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라고 표현했다시피 더 이상의 파국을 막고 보자는 비상조치였을 뿐이다. 핵심은 미국이 주도하는 셰일가스 양산에 의해 촉발되는 에너지 혁명발(發) 성장이다. 값싼 에너지의 대량생산이 획기적인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가능케 해 미 제조업체들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 기업들이 3분기에 설비투자를 4.9% 늘리고 수출도 3.9% 확대했던 것은 그 결과다. 미 제조업은 금융위기 전보다 훨씬 더 강해져 돌아온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지난해 0%대 성장에서 올해는 2분기 연속 1.1% 성장했다고 반색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3분기까지 누적 성장률은 겨우 3% 초반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미국보다 성장률이 낮다. 그나마 기업들은 이 정도의 성장도 체감하지 못한다. 30대 그룹 CEO들 가운데 70%가 내년 고용과 투자를 늘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상황이다. 내년에는 세계경제가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미국을 제외하고 일본 EU를 보면 그렇게 낙관할 게 못 된다. 신흥국들의 생존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이미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3% 중후반 수준으로 떨어졌는데도 2~3% 수준의 저성장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빨리 적정 성장률로 올려놓지 않으면 저성장이 고착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기회를 놓치면 위기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