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언제든 원하는만큼 쉴 수 있도록 하는 ‘무제한 휴가’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유급 휴가의 기간 제한을 없애고 직원들이 근무시간과 휴가기간을 알아서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외신들에 따르면 직원 1600명 규모의 세무서비스 기업인 라이언은 2008년 무제한 휴가제와 탄력근무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스스로 출퇴근 시간과 휴가일을 조정하도록 했다. 직원들은 본인들의 근무 시간을 따로 계산해 상사에게 알리지 않으며, 직원들이 며칠이나 쉬는지 기록하는 사람도 없다.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일 것 같지만 그 반대라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주어진 일만 마친다면 주말에 휴가를 붙여 3일간 쉬는 데도 제한이 없고 필요하면 재택근무도 권장되다 보니 오히려 2주 이상 장기휴가를 쓰는 경우가 드물다는 설명이다. 델타 에머슨 라이언 부사장은 “(이전에는) 스트레스로 꽉 찬 환경에서 일했다”며 “무제한 휴가제 도입으로 ‘죽어라 일하는’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졌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인 가족·직장 연구소(FWI)는 금융과 IT업계를 중심으로 라이언처럼 무제한 휴가제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고용전문 변호사로 일하는 클리프 팔레프스키는 그러나 “무제한 휴가제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회사와 직원 사이에 신뢰가 두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