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아 보보스컴퍼니 사장이 지난 12일 서울 대치동 사무실에서 자신이 제작한 뮤지컬 ‘문나이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이은아 보보스컴퍼니 사장이 지난 12일 서울 대치동 사무실에서 자신이 제작한 뮤지컬 ‘문나이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스마트폰 등장은 시장 환경을 바꿔 놓았습니다. 기존 모바일 콘텐츠 유통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는 자체 콘텐츠를 갖고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은아 보보스컴퍼니 사장(41)은 최근 창작뮤지컬 ‘문나이트’ 제작에 뛰어들게 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문나이트는 내년 2월 말께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리는 K팝 뮤지컬이다.

◆29세에 창업

보보스컴퍼니는 콘텐츠 제작·유통업체다. 지난해 직원 12명으로 매출 80억원을 냈다.

이 사장은 고려대 식품학과를 졸업한 뒤 KBS 문화사업단을 거쳐 여행사 씨에프랑스에서 일했다. 여행사 근무 당시 일본 출장을 갔다가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비즈니스 가능성을 발견했다. 당장 회사를 그만뒀고, 2001년 여성경제인협회 창업보육센터 도움을 받아 보보스컴퍼니를 세웠다.

보보스는 당시 유행하던 용어 ‘보보스족’에서 따왔다. 보헤미안과 부르주아의 합성어로 자유분방하고 도전하는 젊은이를 뜻했다. 그해 이 사장의 나이는 29세였다.

첫 비즈니스 모델은 장동건 고소영 등 연예인 사진이나 캐릭터를 휴대폰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었다. 매니지먼트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준, 핌, 네이트 등 이동통신사 서비스에 독점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았다.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 등으로 콘텐츠 영역을 확대하며 모바일 마케팅 회사로 커갔다.

드림웍스와 디즈니, 폭스, 소니 등 해외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들과도 줄줄이 계약을 맺었다. 슈렉 등 히트 영화를 게임과 모바일 웹툰, 캐릭터 인형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로 응용했다. 이 사장은 “방송사 히트 드라마와 인기 영화 대부분을 우리 회사가 모바일 마케팅을 했다”며 “다른 업체들과는 달리 라이선스와 저작권 관리를 확실하게 해서 상대방으로부터 신뢰를 쌓았다”고 말했다.

10년가량 승승장구하던 회사가 주춤하게 된 것은 스마트폰 등장 때문이었다. 시장은 급변했고, 누구나 앱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그는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이 커졌다”며 “이 기회에 종합 콘텐츠업체로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창작뮤지컬 제작

창작뮤지컬 문나이트 제작에 뛰어들게 된 것도 그래서였다. 문나이트는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서울 이태원의 한 나이트클럽 이름이다. 귀에 익숙한 흥겨운 음악과 부담 없는 줄거리가 특징이다. 가수 주영훈 씨가 음악 감독을 맡았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아이돌 가수’를 캐스팅했다.

이 사장은 “해외 대작들이 점령한 뮤지컬계에서 순수 창작공연을 올린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난타’의 뒤를 이어 해외 관광객을 끌어모을 뮤지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대라는 젊은 나이에 창업을 한 뒤 큰 부침 없이 회사를 이끌어 온 비결로는 ‘긍정적인 마음’을 꼽았다. 그는 “물론 힘든 적도 많았지만 금세 잊은 뒤 털고 일어섰다”며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창업가 부부다. 젊은 CEO들의 모임에서 남편을 만났고, 옥외광고 사업을 하는 남편은 육아 등을 돕는 든든한 조력자다. 그는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충고도 잊지 않았다. “내가 어떤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지 내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무조건 하면 된다’는 헝그리 정신은 이제 옛날 이야기입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