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수 통계청장 "국민 체감과 먼 소득통계 개선할 것"
“한국인 절반이 자신을 저소득층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소득 현황이 잘 알려지지 않아 생긴 일입니다. 이처럼 체감하는 것과 거리가 먼 소득통계를 개선하는 게 통계청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박형수 통계청장(사진)은 지난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년 복지예산이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하는 상황에서 상당수 복지 제도가 소득 하위 70% 등 소득 상대평가를 통해 시행되고 있는 만큼 종전보다 신뢰도가 높은 소득통계를 산출하는 것이 한층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공식 저소득층은 전체 인구의 15.2%. 하지만 한국인 절반(49%)이 자신을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청장은 “한마디로 내 소득은 알아도 남의 소득은 모른다는 얘기”라며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비정상적인 일”이라며 “재직 중에 반드시 정확하고 믿을 만한 소득통계를 다시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설문조사와 가계부 작성 등 주관적으로 측정하고 있는 현행 소득 파악 방식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통계청이 최근 소득통계에 과세 자료와 사회보험 자료 같은 객관적인 행정자료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청장은 “다행히 최근 복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예전에 비해 여러 방면에서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많이 갖춰졌다”며 “앞으론 행정자료를 중심으로 소득통계를 내되 기존 조사 방식 등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번 국회 국정감사에서 새로 산출된 지니계수를 통계청이 숨기려 했다는 논란이 빚어진 것도 소득통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해명했다.

현재 통계청은 가계동향 조사와 가계금융복지 조사라는 두 개의 소득통계를 통해 각각 산출한 다른 수치의 지니계수를 따로 발표하고 있다. “새 소득통계인 가계금융복지 조사를 도입하면서 기존 통계와 기준이 달라 생긴 일입니다. 누구나 원하면 새 소득통계에서 지니계수를 산출할 수 있어 처음엔 따로 공표하지 않았습니다.”

박 청장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새로운 통계를 많이 생산하고 있다. 급변하고 있는 한국의 경제구조를 읽기 위한 프랜차이즈 통계, 경력단절 여성 통계 등이 대표적이다. 일자리 정책 지원을 위한 노동 저활용 지표,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중소기업 가동률 통계, 고령화사회에 준비하기 위한 건강생명표도 만들었다. “국민이 관심을 갖는 경제·사회 현안과 트렌드에 대해선 통계청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박 청장은 앞으로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통계청 내에 빅데이터 연구회를 발족시켰다. 지난 9월 온라인 가격정보 등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시의성 있는 물가 관련 보조지표를 작성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박 청장은 “국가기관이 방대한 정보를 직접 수집해 축적하는 것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면서도 “빅데이터 파일럿 시스템을 운영해본 결과 유의미한 결과가 나와 보조지표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 행복을 측정하는 ‘삶의 질 측정 지표’도 내년 상반기 중 공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국내총생산(GDP) 중심 경제지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내놓는 이른바 ‘국민행복지표’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