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강도 위기에 처한 남수단 거주 한국인 3명을 구출하고 부대에 복귀한 한빛부대 경비대원들 모습. 한경DB
지난달 29일 강도 위기에 처한 남수단 거주 한국인 3명을 구출하고 부대에 복귀한 한빛부대 경비대원들 모습. 한경DB
아프리카 중동부의 소국이자, 고(故) 이태석 신부의 헌신적인 봉사활동으로 알려진 남수단에서 정부군과 반군 간의 교전이 점점 격렬해지고 있다. 반군은 22일(현지시간) 한국 평화유지군(PKO)인 한빛부대가 자리하고 있는 종글레이주(州) 보르 등 주요지역을 장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수단에선 내전으로 최소 5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빛부대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방호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3일 “한빛부대가 남수단에 있는 일본 자위대로부터 5.56㎜ 실탄 1만발을 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리 측이 유엔을 통해 요청한 것을 일본이 선뜻 받아들인 것이다. 일각에선 일본이 실탄 지원을 통해 경색된 한·일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반군 접근…한빛부대,  日자위대서 실탄 1만발 빌려
국방부는 이와 별도로 중화기 등을 실은 공군 수송기를 25일께 남수단으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아직 경유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남수단의 한빛부대는 재건지원 임무를 위해 파견돼 전투에 필요한 무기는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는 공병부대를 중심으로 280명의 한국군이 파병돼 있다. 군인 외에 선교사 등 민간인도 24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남수단 수도인 주바에서 내전이 시작된 뒤 반군은 세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22일 현재 반군은 한빛부대 및 2만여명이 기거하고 있는 난민촌이 자리한 보르와 북부 원유 생산 요지인 유니티주(州) 벤티우를 장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24일쯤 정부군이 보르에 도착할 예정이어서 이 지역에서 격렬한 교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한빛부대가 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수단 내전은 종족 간 갈등에서 비롯됐다. 남수단에선 살바 키르 현 대통령이 포함된 딩카족이 가장 큰 세력이다. 키르 대통령은 지난 7월 제2의 부족인 누에르족 소속의 리크 마차르 부통령을 해임했다. 이에 반발한 누에르족이 쿠데타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남수단은 오랜 내전 끝에 2011년 7월 수단에서 분리 독립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0달러가 안될 정도로 가난하지만, 상당량의 원유가 매장돼 있다. 현재 하루 약 25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은 수단으로 연결된 파이프라인을 통해 해외로 팔려 나간다. 키르 대통령은 친(親)수단파다. 반면 반군인 누에르족은 남수단이 자체적으로 원유를 수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두 부족 간의 갈등은 원유 판매에 따른 이권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남수단을 비롯해 아프리카의 원유 생산 국가인 나이지리아, 리비아 등에서 갈등이 잇따르고 이에 따라 원유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국제 유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20일 배럴당 111.17달러로 마감, 전주 대비 2.94% 올랐다.

남윤선/조수영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