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물려줘 '무일푼'·고급차 가진 노인 기초연금 못받는다
고가 부동산 등 모든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줘 본인 명의의 재산이 한푼도 없더라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고급 승용차, 골프회원권 등을 갖고 있는 사람도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7월부터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에 대해 이처럼 강화된 소득환산 기준을 마련했다고 23일 발표했다.

◆고소득층은 줄이고

자식 물려줘 '무일푼'·고급차 가진 노인 기초연금 못받는다
‘기초연금 소득인정액 기준 개선안’의 핵심은 본인 재산이 없더라도 자녀의 부양을 받으며 여유 있는 생활을 하는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은 재산 유형과 상관없이 모든 재산을 합쳐 기본재산공제를 한 다음 연 5%의 소득환산율을 적용해 월 소득인정액을 산정한다. 기본재산공제는 생활비 수준 등을 고려해 대도시 1억800만원, 중소도시 6800만원, 농어촌 580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즉 보유한 재산을 모두 합한 뒤 공제액을 빼고 난 금액의 5%를 실제 연 소득이라고 보고, 이를 12(개월)로 나눈 것을 월 소득으로 계산했다. 이렇게 책정된 월 소득인정액이 올해 83만원(노인 단독가구), 132만8000원(부부 가구)이었다.

복지부는 이 기준액을 내년에 각각 87만원, 139만2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 금액보다 소득인정액이 낮아야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우선 골프, 콘도 등의 회원권은 가격을 불문하고, 자동차는 배기량 3000㏄ 이상 또는 4000만원짜리 이상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기본재산공제를 해주지 않기로 했다.

예를 들어 월소득 60만원에 차량가액 4580만원인 BMW5 시리즈를 모는 노인은 다른 재산이 없으면 올해는 기초노령연금을 받았다. 자동차 가격이 기본재산공제에 미달해 소득환산금액이 제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7월부터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다. 고급 승용차에 대해 100% 소득환산율을 적용하면 월 소득환산액이 60만원에서 4640만원으로 껑충 뛰기 때문이다.

자녀 이름으로 된 6억원 이상(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주택 거주 노인에 대해서는 연 0.78%의 무료 임차 추정소득을 부과할 계획이다. 지금은 소득이 한푼도 없고 공시지가가 20억원인 자녀 명의 아파트에 사는 노인(단독가구)의 소득인정액이 0원이기 때문에 기초노령연금을 받는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득인정액이 130만원((20억원×0.78%)÷12개월)으로 계산돼 단독가구는 연금을 받을 수 없다.

◆저소득층은 늘리고

정부는 또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을 노인 본인의 재산으로 간주하는 기간을 현행 3년에서 재산이 완전히 소진되는 기간으로 연장해 관리하기로 했다. 기초노령연금을 받기 위해 자녀 등에게 재산을 빼돌리거나 숨기는 등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조치다.

대신 근로소득 기본공제는 현행 45만원에서 내년 7월부터 48만원으로 올린다. 여기에 30%의 추가 공제 혜택까지 부여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현재 아파트경비원으로 일하면서 월 150만원을 버는 노인(단독가구)은 소득인정액이 105만원(근로소득-기본공제)이 돼 기초노령연금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기준이 변경되면 추가 공제 30만6000원을 더 받게 돼 소득인정액이 71만4000원으로 줄어들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근로소득 공제 확대로 추가로 3만여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주헌 복지부 기초노령연금과장은 “소득인정액 기준을 다소 초과하더라도 시·군·구청장이 보호 필요성을 인정하는 경우 기초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별도 규정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소득인정액

집이나 자동차 등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뒤 근로소득 등 실제 월소득과 합산해 계산한다.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할 때는 대도시에 거주하는 경우 1억800만원을 공제한 뒤 연 5%의 환산율을 적용한다. 그러나 기초연금이 도입되면 고가 자동차와 골프 회원권 등은 환산율 100%로 높아진다.

김용준/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