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최근 서울역 고가도로(남대문로 5가~만리동·사진)의 붕괴 위험 가능성을 제기한 가운데 서울에서 유지·보수가 시급한 도로시설물이 62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화가 심각해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설물은 서울역 고가도로 외에 염천교 등 4곳에 달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3일 서울시와 일선 자치구에 따르면 서울 소재 고가도로, 교량, 터널 등 도로시설물 1070곳을 대상으로 한 시·구 안전점검에서 5.8%인 62곳이 C등급 이하를 받았다.

국토교통부의 ‘시설물 안전점검 지침’에 따르면 C등급은 주요 자재에 경미한 결함이나 보조 자재에 광범위한 결함이 발생해 보수가 필요한 상태를 뜻한다. 서울역 고가도로를 비롯해 염천교, 반포대교 북단 육교, 원효대교 옆 육교 등 4곳은 노후화가 심각해 긴급 보수·보강이 필요하거나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수준인 D등급을 받았다.

앞서 감사원은 전국의 재난위험 시설을 감사한 결과 준공 40년이 넘은 서울역 고가도로의 바닥판 두께 손실이 심각해 붕괴가 우려된다고 지난 19일 지적한 바 있다. 서울시는 “감사원의 안전관리실태 감사 시 지적된 부분은 지난달에 보수를 끝냈고 지금도 정밀점검을 지속 시행하고 있다”며 “조속히 철거방안을 마련해 코레일과 협의를 거쳐 철거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국내 최초로 건설된 고가도로인 아현고가도로를 내년부터 철거하기로 했다. 아현고가도로가 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은 데다 향후 80억원이 넘는 보수·보강 예산이 소요돼 철거하는 게 예산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1978년 건설돼 하루 10만여대의 차량이 통행하는 염천교는 현재로선 철거 계획이 없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2009년 버스 등 대형차량의 통행이 원천 차단된 서울역 고가도로와 달리 염천교는 지금도 버스 통행에 제한이 없다. 뿐만 아니라 택시들이 보도 쪽 차선에 항상 주·정차하고 있어 교량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이용심 서울시 도로시설과장은 “D등급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철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염천교는 수시 보수·개선 공사를 끝낸 상태로, 사용 제한이나 철거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매년 도로시설물 유지·보수 비용에 쓰는 예산은 수천억원에 달한다. C등급을 받은 도로시설물의 경우 일상적인 유지·보수 비용만 최소 수억원이 든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한편 서울시가 관리하는 한강 교량 20곳 중 성산대교만 유일하게 C등급을 받았다. 나머지 19곳은 대체로 상태가 양호한 B등급을 받았다. 1980년 지어진 성산대교는 하루 통행량이 14만대에 달할 정도로 강북과 강남을 잇는 대표적인 다리다.

서울시는 한강 교량의 특수성을 감안해 내년부터 성산대교 긴급 보수에 착수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우선 내년 기본·실시 설계용역 비용으로 8억원을 긴급 편성했다. 총 사업비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수백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