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금품 공여자 진술 신빙성 인정 안해

저축은행 2곳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박지원(71) 민주당 의원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정석 부장판사)는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금품 공여자들의 진술이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고 객관적으로 드러난 정황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이들 진술을 제외하면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박 의원은 2008~2011년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 임건우 전 보해양조 회장 등으로부터 불법 자금 총 8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작년 9월 불구속 기소됐다.

박 의원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금품 공여자들의 진술이 유일했다.

박 의원에게 유죄를 선고하려면 진술의 증거능력과 신빙성이 인정돼야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2008년 3월 목포 한 대로변에서 피고인의 비서관 이모씨를 통해 2천만원을 전달했다는 임석 전 회장의 진술, 2010년 6월 목포 사무실에서 검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3천만원을 건넸다는 오문철 전 대표의 진술, 2011년 3월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 3천만원을 전했다는 오 전 대표 등의 진술 등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임석 전 회장의 진술은 중요 부분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금품 수수의 경위와 전후 사정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임 전 회장이 별건 수사와 재판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마저 엿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오문철 전 대표의 진술은 목포 사무실에 동석한 경찰관 한모씨의 신빙성 있는 진술과 정면 배치돼 합리성과 객관적 상당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이 거짓 증인인 한씨를 앞세워 허위 증언을 유도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 전 대표와 임건우 전 회장의 진술에 관해서도 "임 전 회장이 피고인을 면담하는 동안 피고인이 김석동 전 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판결 선고 직후 "검찰이 표적수사로 나를 죽이려 했지만 살아남았다"며 "개인적으로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 재판부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결심공판에서 박 의원에게 징역 2년과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