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24일 서울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생애 처음 내놓은 자신의 피아노 독주 음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C&L뮤직 제공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24일 서울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생애 처음 내놓은 자신의 피아노 독주 음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C&L뮤직 제공
“피아니스트 정명훈으로서 앨범 작업을 한 것이 아닙니다. 손녀와 아이들,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피아노를 통해 담았을 뿐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첫 피아노 독주 음반 ‘피아노’를 내놓았다. 정 감독은 24일 서울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동안 솔로 연주는 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피아노는 아직도 가장 친하고 사랑하는 친구”라며 “손녀 둘이 있는데 그 아이들을 위해 음반을 하나 만들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음반에는 총 10곡이 담겼다.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아라베스크’ 등 클래식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곡으로 채웠다. 정 감독은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거나 내게 영향을 많이 준 곡들을 골랐다”고 말했다.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은 정 감독의 둘째 손녀 루아를 위한 곡이다. 루아(Lua)는 포르투갈어로 ‘달’을 뜻한다. “한 살도 안 됐는데 연주 실황 영상과 음반을 계속 반복해 보고 듣더라고요. 두 달쯤 전엔가 베토벤 교향곡 5번 전악장 실황을 반복해서 보더니 ‘빠빠빠뿜’ 이런 소리를 내요.(웃음) 이 아이를 생각하면서 드뷔시의 ‘달빛’을 넣었습니다.”

슈베르트의 즉흥곡 G플랫 장조는 큰아들 정민씨의 결혼식에서 정 감독이 연주했던 곡이고, 차이코프스키의 ‘가을 노래’는 1974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 2위 입상곡이다. 한국인이 이 콩쿠르에서 입상한 것은 정 감독이 처음이었다.

정 감독은 1976년 미국 뉴욕 청년 심포니를 지휘하면서 본격적인 지휘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누나인 첼리스트 정명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의 실내악 연주 등을 통해서만 가끔 피아노 실력을 드러냈다. 지난 3월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 첼리스트 송영훈과 함께 베토벤 3중 협주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이번 음반에 실린 쇼팽의 녹턴 C샤프 단조는 누나 정경화를 위한 곡이다. 정 감독은 누나에 대해 “일평생 만나본 음악가 가운데 음악에 대해 가장 뜨거운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했다.

피아노 독주 음반 ‘피아노’는 독일의 명장 만프레드 아이허가 이끄는 음반사 ECM을 통해 발매됐다. 정 감독의 둘째 아들인 정선씨가 ECM의 첫 한국인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정씨의 설득이 이번 음반 발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음반은 지난 7월 이탈리아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에서 녹음했다.

정 감독은 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피아니스트로서 녹음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음번에 연습할 시간을 좀 더 만든 뒤에 쇼팽 피아노 음반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