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화 문화재청장 내정자 "숭례문 부실 책임보다 관리에 역점…반구대 카이네틱댐 계속 추진할 것"
“어려운 때에 문화재청장을 맡게 돼 책임이 막중합니다. 문화재로 인해 상한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고 문화재계의 갈등을 치유하도록 화합하겠습니다.”

숭례문 부실 복구 논란에 휘말려 경질된 변영섭 전 문화재청장의 후임으로 나선화 ㈔생명과평화의길 상임이사(사진)가 내정됐다. 나 내정자는 24일 내정 직후 한국경제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하고 소통과 화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올해 문화재계가 숭례문 부실 복구, 울산 반구대 암각화,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뉴욕 전시 등을 두고 빚어온 갈등부터 수습하겠다는 얘기다. 나 내정자는 거쳐온 자리마다 소통과 융합을 이끌어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나 내정자는 1949년 서울 출생으로 숙명여고와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박물관 학예실장, 한국박물관학회 이사, 국제박물관회 집행위원 등을 거쳤다. 매장·동산·무형 문화재분과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도 역임했다. 평생 독신으로 살며 문화재에 열정과 애정을 쏟아온 전문가다. 전공은 도자사로, 《옹기의 원류를 찾아서》《한국도자기의 흐름》《한국전통공예 도기》 등의 도자·옹기 관련 저서를 썼다.

현안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관련해서는 “많은 전문가가 의논해 카이네틱 댐(가변형 물막이)을 설치하기로 결정하고 추진해 온 만큼 이를 계속 수행해 가겠다”고 말했다. 일을 하다가 문제가 생길 경우 논의와 토론을 거쳐 다소 수정할 수도 있겠지만, 기존의 합의를 이행해나가겠다는 얘기다.

숭례문 복구에 대해선 “잘잘못을 탓하기보다 서로 돕고 합의를 도출해가며 바람직한 방향을 찾겠다”며 “이번 사안을 검토하고 분석해 앞으로는 중요 문화재를 훼손시키지 않는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세계적 기준으로 봐도 한국 문화재 행정 전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옥외·노천에 산재한 문화재까지 세심히 관리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이런 문화재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기초작업부터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