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대해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은 기업의 인수합병이나 증자, 구조조정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인한 순환출자는 예외로 인정한다지만 그 경우에도 일정기간 유예기간을 거친 다음 해소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당장 대기업의 신규투자가 위축되고 경우에 따라 적대적 인수합병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기존 순환출자 대신 신규 순환출자만 규제하기 때문에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하지만 기업의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자본의 구성은 어디까지나 자본가가 결정할 문제다. 금융시스템을 비롯한 경제환경에 가장 적합하고 경영권 보호 등 전략적 측면까지 다 고려한 최적의 자본구성이 선택되는 것이다. 지금의 기업지배구조도 바로 그런 선택의 과정을 거쳐 진화한 결과물이다. 이를 무시하고 법을 동원해 자본의 구성까지 일일이 제한하기 시작하면 기업활동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순환출자를 대기업의 잘못된 지배구조로 보는 시각도 문제다. 순환출자는 소위 재벌 현상이 아니다. 일본 독일 등 선진국 기업에서도 나타나는 보편적 자본구성이다. 더구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한국 기업의 순환출자는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복잡하고 강력한 보호장치로 무장한 글로벌 기업들도 수두룩하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신규투자 금지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야당이 주장하는 기존 순환출자 규제보단 낫지 않으냐며 무슨 선심 쓰듯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경제를 살릴 의지가 있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