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다자간 무역협상 재개에 대비해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발리패키지 타결로 부활한 WTO
무역 원활화로 큰 경제효과 기대
농업, 서비스 등 개방파고 대응해야"
최석영 < 주제네바 대사 >
무역 원활화로 큰 경제효과 기대
농업, 서비스 등 개방파고 대응해야"
최석영 < 주제네바 대사 >
지난 7일 인도네시아 발리 컨벤션센터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십수년간 추진해온 협상의 운명이 달려있기 때문이었다. 아제베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발리 패키지가 타결됐다. WTO가 다시 살아났다”고 선언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이루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는 만델라의 말을 인용했다. 그만큼 협상은 난항을 거듭했고 비관적 예측이 지배했다.
발리 패키지는 무역원활화, 농업 일부와 개발 등 3개 분야의 합의를 담고 있다. ‘도하개발아젠다(DDA)’의 포괄적인 협상의제에 비하면 협소하다. 그간 다자통상협상이 견지해 왔던 ‘일괄타결’을 포기하고 일부 분야만 ‘조기수확’한 소규모 패키지다.
무역원활화 협정은 통관절차 개선과 비관세장벽의 철폐를 통해 거래비용을 줄임으로써 1조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유발할 것이라고 한다. 수입국의 통관행정 간소화는 수출 중소기업에 날개를 달아 줄 것이다. 농업분야에서는 개도국의 식량안보를 위한 공공비축이 보조금 상한을 초과하더라도 엄격한 조건 아래 허용하는 ‘평화조항’ 도입에 합의했다. 또한 저율할당관세의 관리 개선에도 합의했다. 개발도상국과 최빈개도국의 상품과 서비스 무역에 대한 특례도 포함돼 있다.
이번 합의는 다자간 무역체제와 다자협상 추진에 매우 큰 함의를 갖는다. 먼저 협상 타결에 대한 자신감 회복이다. 장기간의 협상 정체로 회원국들은 다자협상 타결에 자신감을 잃었다. 자연히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지역무역협상에 우선순위가 주어졌다. 또 글로벌화된 세계는 협상주체의 권력관계를 변화시켰다. 과거 선진국 주도에서 신흥국의 역할이 확대됐다. 그만큼 협상여건과 타결과정은 복잡해졌다. 이번 발리 합의는 다자간 협상재개에 모멘텀을 줄 것이다.
다자간 무역체제에 대한 신뢰회복도 의미 있다. WTO는 설립 후 약 20년간 단 한 건의 다자간 무역협정도 타결하지 못했다. 협상은 공전을 거듭해 WTO에 대한 신뢰와 기대는 낮아졌다. 이번 발리 합의는 WTO가 행정기능과 사법기능 외에 입법기능이 재활성화됐다는 것을 확인해 준 쾌거다.
불가능해 보이던 협상이 성공한 배경은 무엇일까. 위기감의 확산을 들 수 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다자 무역체제는 계속 표류하고 다자협상 무용론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협상은 결렬을 반복했지만, 최종 파국은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또 다자간 무역자유화는 성장과 빈곤퇴치에 유용한 수단이라는 믿음이 선진국과 개도국을 단합시켰다.
발리 합의는 시작에 불과하다. 협상 재개의 불씨는 마련됐으나 농업, 제조업, 서비스분야, 지식재산권과 규범 분야 등 복잡다기한 DDA 협상의제를 포괄적으로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말까지 마련해야 할 협상계획은 다자무역체제의 명운을 좌우할 중요한 내용을 포함하게 될 것이다. 또 WTO는 변화되는 통상여건에도 대응해 나가야 한다. 글로벌 가치사슬, 환경, 보건 등 소위 21세기 의제들이다.
또 다른 도전은 합의방식 시스템이다. WTO는 표결규정이 있지만, 컨센서스에 의한 합의를 우선한다. 이번 협상은 타결직전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극소수 회원국이 정치적 이유로 컨센서스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다자간 협상은 곳곳에 암초가 있게 마련이다. 다자무역체제는 정치보다는 실질적 무역이해에 기반을 둘 때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발리의 슬로건은 ‘세계의 아침’이다. 이번 협상의 성공으로 다자간 무역체제는 발리에서 새로운 여명을 맞았다. 우리는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의 위업을 달성했다. 우리에게 무역은 성장동력이자 생존 그 자체다. 이제 본격화될 다자간 무역 협상재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최석영 < 주제네바 대사 >
발리 패키지는 무역원활화, 농업 일부와 개발 등 3개 분야의 합의를 담고 있다. ‘도하개발아젠다(DDA)’의 포괄적인 협상의제에 비하면 협소하다. 그간 다자통상협상이 견지해 왔던 ‘일괄타결’을 포기하고 일부 분야만 ‘조기수확’한 소규모 패키지다.
무역원활화 협정은 통관절차 개선과 비관세장벽의 철폐를 통해 거래비용을 줄임으로써 1조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유발할 것이라고 한다. 수입국의 통관행정 간소화는 수출 중소기업에 날개를 달아 줄 것이다. 농업분야에서는 개도국의 식량안보를 위한 공공비축이 보조금 상한을 초과하더라도 엄격한 조건 아래 허용하는 ‘평화조항’ 도입에 합의했다. 또한 저율할당관세의 관리 개선에도 합의했다. 개발도상국과 최빈개도국의 상품과 서비스 무역에 대한 특례도 포함돼 있다.
이번 합의는 다자간 무역체제와 다자협상 추진에 매우 큰 함의를 갖는다. 먼저 협상 타결에 대한 자신감 회복이다. 장기간의 협상 정체로 회원국들은 다자협상 타결에 자신감을 잃었다. 자연히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지역무역협상에 우선순위가 주어졌다. 또 글로벌화된 세계는 협상주체의 권력관계를 변화시켰다. 과거 선진국 주도에서 신흥국의 역할이 확대됐다. 그만큼 협상여건과 타결과정은 복잡해졌다. 이번 발리 합의는 다자간 협상재개에 모멘텀을 줄 것이다.
다자간 무역체제에 대한 신뢰회복도 의미 있다. WTO는 설립 후 약 20년간 단 한 건의 다자간 무역협정도 타결하지 못했다. 협상은 공전을 거듭해 WTO에 대한 신뢰와 기대는 낮아졌다. 이번 발리 합의는 WTO가 행정기능과 사법기능 외에 입법기능이 재활성화됐다는 것을 확인해 준 쾌거다.
불가능해 보이던 협상이 성공한 배경은 무엇일까. 위기감의 확산을 들 수 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다자 무역체제는 계속 표류하고 다자협상 무용론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협상은 결렬을 반복했지만, 최종 파국은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또 다자간 무역자유화는 성장과 빈곤퇴치에 유용한 수단이라는 믿음이 선진국과 개도국을 단합시켰다.
발리 합의는 시작에 불과하다. 협상 재개의 불씨는 마련됐으나 농업, 제조업, 서비스분야, 지식재산권과 규범 분야 등 복잡다기한 DDA 협상의제를 포괄적으로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말까지 마련해야 할 협상계획은 다자무역체제의 명운을 좌우할 중요한 내용을 포함하게 될 것이다. 또 WTO는 변화되는 통상여건에도 대응해 나가야 한다. 글로벌 가치사슬, 환경, 보건 등 소위 21세기 의제들이다.
또 다른 도전은 합의방식 시스템이다. WTO는 표결규정이 있지만, 컨센서스에 의한 합의를 우선한다. 이번 협상은 타결직전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극소수 회원국이 정치적 이유로 컨센서스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다자간 협상은 곳곳에 암초가 있게 마련이다. 다자무역체제는 정치보다는 실질적 무역이해에 기반을 둘 때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발리의 슬로건은 ‘세계의 아침’이다. 이번 협상의 성공으로 다자간 무역체제는 발리에서 새로운 여명을 맞았다. 우리는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의 위업을 달성했다. 우리에게 무역은 성장동력이자 생존 그 자체다. 이제 본격화될 다자간 무역 협상재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최석영 < 주제네바 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