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가 1400만원이 넘는 한국거래소가 경상경비를 30~45% 깎기로 하는 등 8대 방만경영 개선안을 마련했다. 한국전력은 보유 부동산을 매각해 2017년까지 10조원가량 부채를 줄이기로 했다.

한국거래소, 1인 복지비 1000만원 깎고…한전, 부동산 팔아 10조원 부채 갚는다

○‘신의 직장’ 복리후생 대폭 축소

24일 서울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에서 주요 공공기관장들은 앞다퉈 경영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이날 워크숍엔 부채가 많거나 복지 지출이 과다한 중점관리 대상 공공기관 38곳의 기관장이 불려 나왔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내년에 초긴축예산을 편성했다”며 “교육비, 의료비, 과다한 특별휴가 등 8대 방만경영 개선안을 노조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기재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전체 공공기관 방만 순위 20위권 안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이를 위해 1인당 복리후생비를 70% 삭감, 현재 1488만원에서 400만원 밑으로 낮추기로 했다. 창사기념일과 근로자의 날에 지급하던 1인당 70만원의 경조금도 폐지하기로 했다.

한전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부채가 많은 공기업은 적극적인 부채 감축 계획을 내놨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2008년 이후 6년 연속 적자가 누적된 한전의 부채비율을 2015년 이후 최단기간에 150% 이하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LH는 현재 수준에서 예상되는 2017년 부채비율인 520%를 100%포인트 이상 감축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LH의 부채 규모는 2012년 말 현재 138조원으로 부채비율이 466%에 달한다.

특히 코레일은 노조 파업이 진행 중임에도 인력운용 효율화 방안을 발표, 주목을 받았다. 최연혜 사장은 “역·승무 업무를 효율화하고 조직을 통폐합하는 등 인력 운영을 강도 높게 효율화해 신규 사업 소요인력 3600여명을 자체 충당하겠다”고 말했다.

○낙하산 기관장도 예외 없어

현 부총리는 이날 “공공기관들도 지금이 위기상황임을 인식하고 핵심 우량자산부터 매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기업은 위기가 닥치면 값을 따지지 않고 알짜자산부터 팔아치우는 데 공공기관들이 자산 매각에 따른 손실 등을 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 부총리는 “자산매각 과정에서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다면 손실이 나더라도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며 부채 감축을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을 강조했다.

이날 모임에는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 김성회 지역난방공사 사장,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 최근 임명 과정에서 낙하산 논란이 벌어진 기관장들도 대거 소환됐다. 현 부총리는 이들에게 “성과로 판단할테니 능력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낙하산 인사든 내부 전문가든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는 대신 내년 9월 말 실적을 평가해 미진할 경우 임기와 상관없이 해임시키겠다는 경고의 의미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