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플링 백팩 병행수입하니…15만5000원 짜리가 6만6900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리바이스 벨트 · 프레드페리 티셔츠 등
독점수입해 판매할 땐 가격 50% 비싸
이마트 · 롯데마트 병행수입 늘리기로
독점수입해 판매할 땐 가격 50% 비싸
이마트 · 롯데마트 병행수입 늘리기로
지난 6일 롯데마트의 창고형 할인점인 빅마켓 영등포점 앞에는 문을 열기 한 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캐나다구스 몽클레르 등 올겨울 인기를 끌고 있는 패딩점퍼를 백화점보다 30% 이상 싸게 판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이 몰려든 것이다. 이 점포는 캐나다구스 200장을 준비했는데 이날 하루 만에 90% 이상을 팔았고 다음날 일찍 모두 판매했다. 대형마트가 독점 수입업체와는 별도로 들여오는 병행수입을 통해 해외 유명 브랜드 상품을 싸게 팔면서 독점 수입업체(공식 수입업체)가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은 내년 병행수입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어서 수입 상품의 가격 거품을 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독점 수입업체 가격 거품
롯데마트가 병행수입해 판매한 캐나다구스 익스페디션의 가격은 79만9000원이었다. 국내 공식 수입업체 가격(125만원)보다 36.1% 싸다. 지난달에는 이마트가 같은 상품을 역시 공식 수입업체보다 싼 99만8000원에 판매했다. 이 상품은 원화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84만여원, 일본에서는 79만여원에 팔린다.
소비자들은 공식 수입업체가 해외 본사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광고·마케팅비를 쓰는 점을 감안해도 마진이 너무 크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대형마트가 같은 상품을 공식 수입업체보다 많게는 50% 이상 싸게 판매하는 것을 보면 가격을 낮출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마트가 판매 중인 칸켄 백팩은 6만9800원으로 공식 수입업체 가격(8만9000원)보다 21.6% 싸다. 이마트는 또 리바이스 캐주얼 벨트를 52.6% 싼 2만9000원, 프레드페리 티셔츠를 49.5% 싼 7만98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김주영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한 업체가 국내 판매를 독점하다 보니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진다”며 “외국에서는 중저가인 브랜드가 한국에서는 고가 브랜드가 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병행수입 확대
대형마트는 병행수입 상품이 좋은 반응을 얻음에 따라 상품 종류와 물량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현재 100여개인 병행수입 브랜드를 내년에는 120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마트는 캠핑용품 콜맨과 뉴발란스 키즈(운동화 가방), 타미힐피거 여행용 가방 등을 내년부터 병행수입하기로 했다.
이마트의 병행수입 상품 매출은 2011년 100억원, 2012년 260억원, 올해 600억원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이마트는 내년 병행수입 매출 목표를 800억원으로 잡았다. 안영미 이마트 해외소싱팀 부장은 “소비자 선호도 변화에 맞춰 병행수입 상품을 늘릴 예정”이라며 “중저가 위주에서 고가 상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탐스(신발) 에어로포스테일(의류) 레이밴(선글라스) 토리버치(가방) 등을 내년부터 병행수입으로 판매한다. 롯데마트는 병행수입 브랜드를 올해 51개에서 내년 70여개로 확대하고 관련 매출도 200억원에서 350억원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대형마트는 중간상인 없이 외국 도매상과 직접 거래해 병행수입 상품의 단가를 낮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가 병행수입에 적극 나서고 있어 연간 2조원으로 추정되는 관련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병행수입 시장 확대는 공식 수입업체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내고 있다. 랄프로렌코리아는 지난 8월 아동복인 ‘랄프로렌 칠드런’의 가격을 40% 낮추기로 했다. 캠핑 브랜드 스노우피크는 8월 말 주요 제품 25개의 가격을 평균 16% 내렸다. 부츠 브랜드 일세야콥센은 최근 주요 상품 가격을 30% 인하했고 해외 화장품 브랜드들도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다.
◆AS 미비, 정품 여부 논란도
AS를 받지 못하고 정품 여부를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는 점은 병행수입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캐나다구스의 국내 공식 판매원인 코넥스솔루션 관계자는 “공식 판매원을 통해 구입한 소비자는 평생 AS를 받을 수 있지만 병행수입품을 산 소비자에게는 이런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비싼 값을 주고도 공식 수입품을 사는 소비자가 많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 쿠팡에서는 지난달 라코스테 상품이 정품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라코스테 공식 수입사인 동일드방레는 쿠팡에서 판매한 가방이 정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한국의류산업협회에 확인을 의뢰했다. 두 업체는 소송까지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국 의류 브랜드 아베크롬비앤피치는 지난달 한국지사를 설립하며 ‘병행수입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이 회사 호거 쿤즈 법무팀장은 “가짜 병행수입 상품이 진짜로 둔갑해 팔릴 수 있다”며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해 병행수입 매장을 없애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온라인몰에선 병행수입 제품에 대한 주문을 받은 뒤 제때 물량을 공급하지 못해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 독점 수입업체들은 공들여 들여와 히트시킨 외국 제품을 대형마트들이 병행수입하는 것은 횡포라고 지적하고 있다.
■ 병행수입
외국 본사와 계약을 맺고 상품을 들여오는 공식 수입업체가 아닌 다른 업자가 외국 상품을 들여와 파는 것. 위조품을 팔지 않는 한 불법은 아니며 일반적으로 가격이 공식 수입업체보다 싸다.
유승호/민지혜 기자 usho@hankyung.com
◆독점 수입업체 가격 거품
롯데마트가 병행수입해 판매한 캐나다구스 익스페디션의 가격은 79만9000원이었다. 국내 공식 수입업체 가격(125만원)보다 36.1% 싸다. 지난달에는 이마트가 같은 상품을 역시 공식 수입업체보다 싼 99만8000원에 판매했다. 이 상품은 원화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84만여원, 일본에서는 79만여원에 팔린다.
소비자들은 공식 수입업체가 해외 본사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광고·마케팅비를 쓰는 점을 감안해도 마진이 너무 크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대형마트가 같은 상품을 공식 수입업체보다 많게는 50% 이상 싸게 판매하는 것을 보면 가격을 낮출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마트가 판매 중인 칸켄 백팩은 6만9800원으로 공식 수입업체 가격(8만9000원)보다 21.6% 싸다. 이마트는 또 리바이스 캐주얼 벨트를 52.6% 싼 2만9000원, 프레드페리 티셔츠를 49.5% 싼 7만98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김주영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한 업체가 국내 판매를 독점하다 보니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진다”며 “외국에서는 중저가인 브랜드가 한국에서는 고가 브랜드가 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병행수입 확대
대형마트는 병행수입 상품이 좋은 반응을 얻음에 따라 상품 종류와 물량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현재 100여개인 병행수입 브랜드를 내년에는 120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마트는 캠핑용품 콜맨과 뉴발란스 키즈(운동화 가방), 타미힐피거 여행용 가방 등을 내년부터 병행수입하기로 했다.
이마트의 병행수입 상품 매출은 2011년 100억원, 2012년 260억원, 올해 600억원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이마트는 내년 병행수입 매출 목표를 800억원으로 잡았다. 안영미 이마트 해외소싱팀 부장은 “소비자 선호도 변화에 맞춰 병행수입 상품을 늘릴 예정”이라며 “중저가 위주에서 고가 상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탐스(신발) 에어로포스테일(의류) 레이밴(선글라스) 토리버치(가방) 등을 내년부터 병행수입으로 판매한다. 롯데마트는 병행수입 브랜드를 올해 51개에서 내년 70여개로 확대하고 관련 매출도 200억원에서 350억원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대형마트는 중간상인 없이 외국 도매상과 직접 거래해 병행수입 상품의 단가를 낮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가 병행수입에 적극 나서고 있어 연간 2조원으로 추정되는 관련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병행수입 시장 확대는 공식 수입업체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내고 있다. 랄프로렌코리아는 지난 8월 아동복인 ‘랄프로렌 칠드런’의 가격을 40% 낮추기로 했다. 캠핑 브랜드 스노우피크는 8월 말 주요 제품 25개의 가격을 평균 16% 내렸다. 부츠 브랜드 일세야콥센은 최근 주요 상품 가격을 30% 인하했고 해외 화장품 브랜드들도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다.
◆AS 미비, 정품 여부 논란도
AS를 받지 못하고 정품 여부를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는 점은 병행수입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캐나다구스의 국내 공식 판매원인 코넥스솔루션 관계자는 “공식 판매원을 통해 구입한 소비자는 평생 AS를 받을 수 있지만 병행수입품을 산 소비자에게는 이런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비싼 값을 주고도 공식 수입품을 사는 소비자가 많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 쿠팡에서는 지난달 라코스테 상품이 정품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라코스테 공식 수입사인 동일드방레는 쿠팡에서 판매한 가방이 정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한국의류산업협회에 확인을 의뢰했다. 두 업체는 소송까지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국 의류 브랜드 아베크롬비앤피치는 지난달 한국지사를 설립하며 ‘병행수입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이 회사 호거 쿤즈 법무팀장은 “가짜 병행수입 상품이 진짜로 둔갑해 팔릴 수 있다”며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해 병행수입 매장을 없애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온라인몰에선 병행수입 제품에 대한 주문을 받은 뒤 제때 물량을 공급하지 못해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 독점 수입업체들은 공들여 들여와 히트시킨 외국 제품을 대형마트들이 병행수입하는 것은 횡포라고 지적하고 있다.
■ 병행수입
외국 본사와 계약을 맺고 상품을 들여오는 공식 수입업체가 아닌 다른 업자가 외국 상품을 들여와 파는 것. 위조품을 팔지 않는 한 불법은 아니며 일반적으로 가격이 공식 수입업체보다 싸다.
유승호/민지혜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