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5일 예산·입법점검회의에서 정세균 국정원 개혁특위 위원장과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한길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5일 예산·입법점검회의에서 정세균 국정원 개혁특위 위원장과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철도파업이 17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이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네 탓’ 공방과 공허한 ‘입씨름’만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철도노조 파업은 명백한 불법이며, 정부가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에도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사태해결을 위해 노사정 3자간 중재를 시도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여 “불법파업 원칙 대응”


[철도파업 장기화] 與 "민주, 철밥통 노조 편드나" vs 野 "민영화 금지法만이 사태 해결"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이) 공기업 방만경영에 침묵하면서 철밥통 철도노조를 두둔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최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과거 정권을 잡았을 때 철도청을 공사화하는 등 개혁을 추진한 원조로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서 국정의 한 축이면 불법 파업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무라야 한다”면서 “그러나 코레일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에는 일언반구도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민영화 금지 법제화 주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최 원내대표는 “민영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법화한 예가 없다”면서 “법에 넣을 게 있고, 아닌 게 있는데 알고도 그러는지, 모르고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7선인 정몽준 의원은 “노사관계는 법률에 기반을 둔 사적 계약 관계이므로 법률의 보호를 받지 않으면 의미를 잃어버린다”며 “파업이나 (사측의) 직장폐쇄도 법 테두리 안에서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정부는 불법 파업에는 원칙을 갖고 대응하되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야 “무리한 체포 작전”

야당은 “정부가 철도 민영화를 부인하며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경찰이 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무리한 체포작전을 벌이고 있다”며 “이는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예산·입법 점검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이 (철도) 민영화를 부인하면서도 사태를 계속 악화시키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증명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민영화하는 게 아니라고 하면서 왜 철도사업법에 민영화 방지 조항을 명시하는 것을 반대하는지 국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공공부문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민영화를 추진하며 공공성을 포기하려고 하는 것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강조했다.

김관영 수석부대변인은 조계사에 은신한 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경찰이 대치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무리한 체포작전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시점에서는 체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야당이 제안한 원포인트 입법을 수용하면 문제는 모두 해결된다”고 덧붙였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은 “조계사에 경찰병력을 증강할 것인가, 대화협상 창구를 열 것인가는 박근혜 정부의 통치능력에 대한 심판대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조계사에 증강배치하고 있는 경찰병력을 당장 거두라”고 촉구했다.

한편 최근 대선 재도전을 시사한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철도파업 사태와 관련한 과거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문 의원은 지난 22일 트위터글을 통해 “공권력 투입은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며 정부의 강경대응을 비판했으나,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인 2003년 경찰의 조기 투입을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은 24일 “참여정부는 처음부터 철도 민영화에 반대, 입법에 의한 철도 공사화로 이를 저지했다”는 트위터글을 올리며 반박에 나섰다. 그는 27일 부산에서 ‘북콘서트’를 열 예정이어서 철도 파업 사태에 대한 언급을 추가로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문 의원이 전면에 나서 현 정부의 대응태도를 비판한 것이 결과적으로 여당에 역공의 빌미를 줬다며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