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주유소업계의 형평성 논란
“4년 전엔 묵묵부답이던 정부가 이제 와서 알뜰주유소에만 혜택을 주겠다니 불만이 클 수밖에 없지요. 이러다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영세 주유소들은 줄줄이 문닫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

주유소 업계에 형평성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가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는 알뜰주유소에 주유기 임대 등 지원책을 내놓기로 하자 일반 주유소가 반발하고 나섰다. 자영업자 중심의 주유소협회는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형평성 있는 유가 인하 정책을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2009년 셀프주유소 전환비용 지원을 정부에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던 이 협회는 내년부터 알뜰주유소에 한정해 지원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1년 325개였던 셀프주유소는 최근 1422개로 급증했다. 2년 새 비중이 2.7%에서 11.0%까지 뛰어올랐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운전자들이 셀프주유소를 많이 찾은 결과다. 그런데 주유소를 셀프식으로 개조하려면 평균 1억원 이상 든다. 서울 마포구의 한 주유소 사장은 “정유사가 직영하거나 여러 개의 주유소를 운영하는 회사형 주유소라면 모를까, 소규모 업자는 자금 부담 때문에 선뜻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폐업한 주유소는 269개다. 지난해 전체 폐업 숫자(219개)를 이미 넘었다. 오는 29일이면 정부가 기름값을 낮추겠다며 알뜰주유소를 출범시킨 지 만 2년이 된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유통구조가 개선되는 등 정책 효과가 나타났다.

반면 “정부가 불공정한 경쟁을 부추긴다”는 주유소 업계의 반발은 여전하다.

1995년 거리제한 폐지 이후 주유소 숫자가 급증해 시장이 완전경쟁체제로 바뀌었는데도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내세워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통에 중소 주유소들이 ‘사지(死地)’로 내몰렸다는 항변이다.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에 따른 후유증인 만큼 주유소 폐업 비용 일부를 지원해 원활한 퇴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소비자시민모임 석유시장감시단)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

박해영 산업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