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집단이기주의 독버섯은 제거해야
곰팡이와 독버섯은 공통점이 있다. 어두운 곳에서 자라난다. 우리 사회에도 곰팡이와 독버섯 같은 존재가 있다. 사회의 독버섯은 국민이 잘 모르는 무지의 어두움을 틈타 자라난다. 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선진국 진입은 요원한 얘기가 된다.

우리의 독버섯은 ‘이기적 집단’이다. 우리나라에는 신라시대부터 토호세력이 있었다. 토호세력은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며, 국가의 이익을 희생하는 세력이다. 금전과 관련된 개혁은 국경이나 민족 구분 없이 어디에서나 저항이 따른다. 얼마 전 북한의 장성택 처형도 석탄과 관련된 이권 때문에 군부와의 갈등 속에서 빚어진 참극이라는 설도 나왔다. 사실 자기가 갖고 있는 밥그릇을 뺏어가는데 설득한다고 통할 리 없다.

국가가 발전하려면 집단의 이익을 버리고 국가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 집단이기주의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버티고 떼쓰면 떡을 주는 관행이 생기다보니 집단이기주의는 더 강화되는 것 같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단단한 정치철학이 아니라 표만 따라 움직이다보니 똑같은 사안에도 여야 입장이 정반대로 바뀌기 일쑤다. 보수, 진보의 구분도 없다.

철도노조도 우리나라에 많이 존재하는 이기적 집단의 하나다. 코레일의 1인당 평균 인건비는 6880만원이다. KTX 기관사의 평균 연봉은 8600만원이라고 한다. 물론 KTX 기관사는 근무 경험이 많고 각종 수당이 있어 연봉이 많아 보인다고는 하나 그래도 일반인이 납득하기 어려운 연봉 수준이다. 근무 강도도 높지 않다. 3시간 운행하고 교대하며, 한번 왕복운행하면 15시간을 쉰다고 한다. 3시간 넘게 운전하는 구간은 운행 중간에 교대하도록 돼 있다고 한다. 쫓겨날 위험도 없다.

최근에 영업적자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연평균 570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도 인건비는 매년 5.5%씩 올랐다. 부채도 17조6000억원으로 하루 이자만 13억원이라고 한다. 화물 적자가 코레일 적자의 80%를 차지하는데도 구조조정은 꿈도 못 꾼다. 유토피아가 따로 없다. 유토피아의 관리운영비는 누가 대는 것인가. 바로 우리들이다. 국민이 세금으로 이기적 집단을 지원하는 셈이다. 철도노조는 국민이 왜 혈세로 코레일을 지원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을 내놔야 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불통을 문제시한다. 홍보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철도노조의 철밥통과 정부의 불통 중 어떤 것이 더 문제인가를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불통 때문에 철도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철도노조의 극단적 이기심 때문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소통하고 설득한다면 철도노조 스스로 자기들이 쌓아온 난공불락의 요새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오죽하면 고(故) 노무현 대통령도 코레일을 만들 때 철도노조가 파업을 하자 3시간 만에 공권력을 투입했을까.

정부가 민영화를 안 하겠다고 천명했는데도 파업을 강행한 것에 대해 철도노조는 명쾌한 답변을 해야 한다. 민영화가 걱정되면 정부가 민영화 계획을 발표할 때 파업하면 된다. 그때는 국민이 철도노조 편을 들 것이며, 거짓말을 한 정부는 욕을 먹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계획도 없고 안 한다고 한 민영화 때문에 파업을 하면 국민은 이를 이해할 수가 없다.

철도노조는 파업을 풀어야 한다. 집단이기주의의 독버섯을 이제는 제거하고, 합리주의라는 푸른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노동의 가치에 준하는 보상을 받고, 국민에게 좋은 서비스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고용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적게 일하고 많이 받는 사람들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국가가 돼서는 안 된다.

너무나 당연한 합리주의가 우리 사회에는 설 자리가 없다. 소수의 집단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하는 국가가 돼야 한다. 그게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갖춰야 할 필수조건이다.

유지수 < 국민대 총장 jisoo@kookmin.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