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매뉴얼보다 중요한 건 안전의식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이 있다. 무엇인가 우리 곁에 당연하게 있을 때에는 모르다가, 곁에 없을 때 비로소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경우를 빗대어 하는 말이다. 이 속담의 핵심인 소중함에 걸맞은 것 중 하나가 우리 삶 속의 ‘안전’이다.

현 정부의 안전에 관한 정책 방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시사한다. 그 어느 정부보다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4대 국정기조인 ‘국민행복’ 실현을 위한 4대 전략 중 하나를 ‘국민안전’으로 정해 국정운영의 중심에 놓았다.

현재 안전관리시스템만 보면 한국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3년간(2007~2009) 가스사용 100만가구당 평균 인명피해율을 보면 이탈리아 21.0명, 영국 13.7명, 덴마크 12.8명인 데 반해 한국은 9.5명이었다. 일본이 5.5명으로 유일하게 우리를 앞서 있을 뿐이다. 이제는 선진 가스안전관리시스템 구축 노하우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에 수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안전사고는 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걸까. 2012년 기준 세계 무역규모 7위, 국내총생산(GDP) 15위이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향해가는 경쟁력을 가진 한국에서 후진국형 사고가 반복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특히 가스사고는 올해 11월 말 기준 전체 사고 105건 중 사용자와 공급자의 취급 부주의, 시설 미비 등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가 65건으로 62%의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안전에 대한 의식이다. 아무리 잘 갖춰진 제도와 매뉴얼이 있어도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고, 순간의 방심은 돌이킬 수 없는 인명과 재산 피해를 유발하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원칙과 매뉴얼을 철저히 준수하는 선진 안전문화가 정착돼야만 비로소 국가경쟁력은 높아지고, ‘국민행복, 안전한 대한민국’은 실현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전대천 <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