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번역원과 함께하는 인문학 산책] 네 탓? 내 탓!
몇 년 전 어느 종교 단체에서 ‘내 탓이오’라는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다. 나는 어느 한 종교를 신실하게 믿으면서 종교 생활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나에게 이 캠페인은 종교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아주 신선한 것이었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다 보면 일이 잘되는 경우도 있고, 잘못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이 잘됐을 경우에는 자신의 공으로 돌리고, 잘못됐을 경우에는 남 탓으로 돌린다. 여북하면 ‘잘되면 내 덕,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속담이 있겠는가.

우리가 얼마나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남을 탓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 보이는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정치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상대방과 다퉈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투는 데에도 금도가 있는 법이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없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라 정쟁이다.

정치권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립 관계에 있는 모든 단체가 그렇고, 개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모두 그렇다. 모두가 상대방의 작은 잘못은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하면서 자신의 큰 허물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용서한다. 남의 눈에 있는 티만 보이고, 자기 눈에 박힌 대들보는 보지 못한다.

공자는 “활쏘기를 하는 것은 군자다운 점이 있다. 화살이 과녁에서 벗어나면 자기 자신에 돌이켜서 잘못을 구한다”라고 했다. 활을 쏘아 과녁을 맞히지 못했을 경우, 그 잘못이 어디 과녁에 있겠는가. 과녁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활을 쏜 사람이 잘못 쏴서 그런 것이다. 공자의 이 말은 오늘날의 ‘내 탓이오’ 운동과 딱 맞아떨어진다.

상대방과 경쟁하면서 각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인간 사회다. 이런 인간 사회에서 살아가다 보면, 대립과 반목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대립과 반목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다. 조선시대 학자인 신독재(愼獨齋) 김집(金集)은 “세상살이 본디 번복 많은 법이고, 하는 일도 굴신 있게 마련이라네. 잘되거나 못되는 건 정해진 거니, 굳이 남을 탓할 필요 뭐가 있으랴.(世路多飜覆 事機有屈伸 升沈應已定 何必更尤人)”라고 읊었다. 이 시를 보면 모든 일에 있어서 남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에 대해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정선용 <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