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영화·반나절 캠핑…'스낵 컬처'가 뜬다
직장인 임현지 씨(29)는 매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챙겨 본다. 그가 고정적으로 보는 웹툰은 하루에 어림잡아 10개 이상이다. 하지만 작품들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분 남짓이다. 점심시간에는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30분가량 회사 인근 산책로를 도는 ‘트레일 러닝(trail running)’을 즐긴다.

내년 국내 문화예술계에서는 임씨처럼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즐기는 ‘스낵 컬처(snack culture)’가 유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함께 문화예술인, 업계, 학계, 언론, 홍보 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 ‘2014 문화예술 트렌드 분석 및 전망’을 26일 이같이 발표했다.

열 가지 새로운 흐름 가운데 ‘스낵 컬처’의 유행이 첫손으로 꼽혔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 등에 10~15분 안팎으로 웹이나 영상콘텐츠를 즐기는 문화가 더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5월 직장인의 일상을 다룬 인기 웹툰 ‘미생’이 10분 미만의 모바일 영화로 만들어지고 지난 12일 6부작 모바일 영화 ‘출출한 여자’가 선보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동네 산책로를 활용해 단기 마라톤 같은 경험을 하는 ‘트레일 러닝’이나 야외 취침을 하지 않고 반나절 캠핑을 즐기는 ‘데이 캠핑’ 등도 확산될 것으로 예측됐다. 일상 속에서 쉽고 편하게 문화 여가를 즐기는 경향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나 혼자 산다’ ‘식샤를 합시다’처럼 개인에게 전략적으로 집중하는 TV 프로그램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개인의 시청습관, 선호도 등을 전략적으로 고려한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올해 ‘푸른거탑’(tvN) ‘진짜 사나이’(MBC) 등 남성을 대상으로 한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각 지역의 지원과 시설을 기반으로 하는 동호회, 문화예술 모임이 생활밀착형으로 진화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홍대앞 카페 ‘제네럴닥터’나 변호사 사무실과 카페를 겸하는 의정부의 ‘동네변호사카페’ 등 복합적인 활동을 지향하는 공간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1인 창업이 활발해지는 등 전문인력 양성이 본격화하는 한편 문화예술계의 ‘갑을 관계’ 허물기 움직임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이 외에 △문화유산의 재발견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이자 생산자로 떠오른 청소년 △기업과 문화예술의 가치 공유 △인문학 열풍 △국가정책의 키워드로 떠오른 문화가 다른 분야와의 협업을 확대할 것 등도 새로운 트렌드로 제시됐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