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대형마트 영업제한의 근거인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12조2항에 대해 대형마트 등이 제기한 7건의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미 지방자치단체들이 이 조항에 따라 조례를 만들어 대형마트의 휴일 강제휴무 등 규제를 가하면서 헌법상 영업의 자유 및 평등권 침해, 과잉금지 위배 등의 논란이 거센 실정이다. 그런데도 헌재는 기본권 침해의 법률효과는 지자체장이 구체적으로 행정처분을 내렸을 때 발생하는 것이지, 이 법조항으로 직접 생기는 게 아니란 점을 들어 심판청구를 아예 부적법하다고 본 것이다. 지나치게 형식논리를 앞세워 판단을 유보한 것이란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올 1월 규제가 대폭 강화된 유통법의 12조2항은 시장·군수·구청장이 영업시간 제한(0~10시)과 의무휴업일 지정(공휴일 이틀)을 할 수 있고, 농수산물 매출 비중이 55% 이상인 대규모 점포는 이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대형마트 3사의 경우 이미 276개 점포가 의무휴업, 108개는 자율휴업을 하고 있다. 조례를 시행하는 지자체가 늘면서 대형마트 강제휴무도 갈수록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소송이 이미 터지고 있는데도 헌재가 청구를 각하해 판단을 미룬 것은 사회적 비용을 더 키울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들은 진행 중인 행정소송 재판부에 위헌법률 심판제청을 청구하는 절차를 다시 밟을 것이라고 한다. 벌써 2년이나 묵은 논란거리를 또 질질 끌게 생겼다.

유통법은 상생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애초부터 부작용만 남발하는 무리수였다. 재래시장을 살리려면 소비자들이 스스로 찾게끔 만드는 정책을 강구해야지, 대형마트를 강제 휴무시킨다고 될 일이 아니다. 소비자 편익을 훼손하고, 일자리를 줄이며, 납품 농어민·중소기업과 입점업체들의 피해만 키우는 것이 바로 영업제한 규제다. 형식논리를 내세운 재판관들의 보신주의가 도드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