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하” > 헌법재판소는 26일 대형마트 영업일수와 영업시간을 규제한 유통산업발전법 조항의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각하했다. 박한철 헌재소장(가운데)이 판결을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 “각하” > 헌법재판소는 26일 대형마트 영업일수와 영업시간을 규제한 유통산업발전법 조항의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각하했다. 박한철 헌재소장(가운데)이 판결을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유통업계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영업규제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이 각하된 것에 유감을 나타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규제의 타당성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실질적인 판단을 받지 못한 점은 아쉬우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과도한 규제는 소비자 불편과 소비 침체, 농어민 및 중소 납품업체의 피해까지 초래한다는 점에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의 각하 결정은 합헌 결정과는 성격이 달라 앞으로 헌법소원이 다시 청구될 여지는 남았다.

헌재 결정에 따라 대형마트와 SSM의 월 2회 의무휴업과 심야영업 제한은 지속된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3대 대형마트 점포 395개 중 301개가 월 2회 의무휴업을 하고 있으며 나머지 점포도 자율적으로 월 2회 문을 닫고 있다.

유통업계는 헌법소원 재청구와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적용될 법률의 위헌 여부를 가려 줄 것을 헌재에 요청하는 것이다. 이마트가 61건의 소송을 진행 중인 것을 포함해 대형마트 영업 규제와 관련해 100여건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헌재 결정은 유통업 규제의 타당성이 아니라 법 집행의 형식적인 사항을 근거로 한 것이어서 향후 법률적으로 다시 다툴 여지는 남아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통해 시행하는 것이며 유통산업발전법은 영업규제의 근거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심리 요건이 안 된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업계가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난해 2월은 각 지자체가 영업규제 관련 조례를 제정하기 전으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영향이 현실화하지 않은 시점이다.

그러나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는 “법 시행 이후 대형마트 매출이 감소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며 “영업규제를 담은 지자체 조례와 유통산업발전법의 위헌 여부를 다시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각 지자체는 올 들어 조례를 잇달아 제정, 대형마트와 SSM 점포 중 상당수가 의무휴업을 적용받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가 헌법소원을 청구한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 2는 지자체장이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대규모 점포와 중소 유통업의 상생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경우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는 이 같은 법률이 대형 유통업체를 차별하고 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지난해 2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