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파업 18일째인 26일 “철도노조의 파업 투쟁에 밀려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협상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엄정 대응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철도노조의 파업은 명분이 없는 것으로 타협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현 부총리는 “정부는 공공성과 효율성을 모두 잡기 위해 공공부문 간 경쟁을 선택했다”며 “오직 국민에게 더 나은 혜택을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또 “방만 경영으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국민의 혈세로 매년 메꿔 넣어야 하겠느냐”고 반문한 뒤 “국민들도 불편하겠지만 이 시기를 이겨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현 부총리의 이날 담화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밝힌 “원칙 없는 타협은 안 된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 없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우리 경제·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담화문 발표는 18일 정홍원 국무총리 이후 두 번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청와대 회의에서 내각이 철도노조의 민영화 논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끌려간다는 질책이 있었다”며 이날 두 번째 정부 담화문이 나온 배경을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현 부총리의 담화는 철도부문의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국민 편익을 높이겠다는 방침에 타협이 있을 수 없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 부총리가 이날 철도노조를 향해 “명분 없는 파업을 계속하는 것은 국가경제의 동맥을 끊는 것이고 경제 회복의 불씨를 끄는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사가 이날 오후 코레일 서울사옥에서 실무협상을 재개했지만 조기 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은신 중인 서울 종로 조계사를 방문, 약 30분간 만남을 가진 뒤 교섭 재개를 발표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