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기로 대일외교 전반에 경색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전반적인 대일 외교 기조를 재검토하면서 추가 대응 카드를 모색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27일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 이전과 이후가 같은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며 “그동안 한·일 관계 안정화를 위한 노력이 조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경색 국면에 놓인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실무 수준에서 고위급으로 단계적으로 접촉 수준을 높이며 관계를 복원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으로 이 같은 로드맵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일본과의 차관급 전략대화나 국장급 안보정책협의회 등 조율이 거의 마무리 단계였던 외교 일정을 전면 보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로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양자 차원의 외교장관 회담이나 정상회담 개최 문제도 유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 교류도 중단할 방침이다.

양국 간 경제협력과 관련, 이미 1년 이상 표류하고 있는 양국 재무장관 회담의 재개 가능성은 물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맞춰 내년에 속개될 예정이던 한·중·일 FTA 협상도 물 건너 가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의 잘못된 역사 인식으로 촉발된 정치적 긴장이 경제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현재로선 해결책 없이 상황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정경 분리 원칙에 입각해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실무 차원에서 준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로 정치적 동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양국 간 경제협력의 단절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교역량이 줄어드는 등 실물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올 들어 한국의 대일 수출은 2월부터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일본 내 반한 감정이나 혐한 감정이 확산될 경우 상품에 이어 관광, 한류 콘텐츠 수요 등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한·중·일 간 ‘아세안+3’ 협의가 난관에 부딪히면서 자칫 지역금융 안전망까지 흔들릴 수 있다.

다만 이병기 주일대사 소환 등 강경책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대사 소환은 ‘단교’를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외교 수단”이라며 “아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규탄 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영/이심기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