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정기존내 사불가간(正氣存內 邪不可干)’이라고 해서 신체 내 정기가 온전하면 나쁜 기운이 범접하지 못한다고 했다. 요즘 흔히 말하는 면역력을 강조한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정기(精氣)’로 본다. 예컨대 정기를 충만하게 해서 나쁜 기운이 범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면역력을 증진시켜 질병을 예방하는 최상의 치료법이라는 얘기다.

평소 △쉽게 감기에 걸리고 오랫동안 잘 낫지 않는다 △항상 피곤하고 휴식을 취해도 피로가 잘 풀리지 않는다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낮에 졸린다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으며 우울감이 느껴진다 △소화가 잘되지 않고 식욕이 없는 등의 증상이 반복된다면 면역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기, 눈병 등 전염성 질환에 쉽게 걸리고 천식, 아토피피부염, 대상포진이 심해지거나 피로, 불면, 두통 등의 증상이 자주 발병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동불장정(冬不藏精), 춘필병온(春必病溫)’이라는 말이 있다. 겨울에 정기를 잘 간직하고 보존하지 못하면 이듬해 봄에 반드시 ‘온병(면역력 저하로 발생하는 질병·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다.

기온이 낮고 건조한 겨울철에는 몸의 활동량이 줄고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평소 앓던 질환이 쉽게 악화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겨울철 면역 질환인 알레르기 비염은 차갑고 건조한 날씨로 인해 콧물, 재채기, 코막힘 등의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심하면 결막염(눈의 결막에 염증이 생기는 증상)도 나타난다. 날씨가 추우면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피부로 가는 수분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아토피 피부염, 건선과 같은 피부질환도 악화된다. 중년층에 많이 발생하는 대상포진도 면역력 저하가 원인이다.

겨울철 면역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신장’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몸의 정기는 오장육부 중 신장에 있는데, 신장의 기운을 잘 보존하는 것이 면역질환 예방에서 가장 중요하다.

신장의 정기는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습관, 과도한 음주 등으로 쇠퇴할 수 있다. 신장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계절 흐름에 순응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 꾸준한 육체 단련, 건강한 식생활 등이 어우러져야 한다. 구기자, 산수유, 숙지황 등의 약재로 달여 만든 ‘육미지황탕’을 섭취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보약이다.

박재우 <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