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기술 인사'…승진 40%가 R&D서
현대자동차그룹은 27일 김해진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 파워트레인 담당 사장(56)을 신임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하는 등 총 419명의 정기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응해 안정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승진 인원을 지난해보다 10% 확대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체 승진자 10명 중 4명이 연구개발(R&D) 인력이다.

이와 함께 처음으로 상무급 수석연구위원 2명을 임명하는 등 R&D 역량 강화에 역점을 뒀다. 기술력 향상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2014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여성 임원 승진자도 두 명 나왔다.

◆역대 두 번째 규모 승진인사

회사별 승진자 수는 현대차 137명, 기아차 53명, 계열사 229명 등 총 419명이다. 지난해 379명(현대차 116명, 기아차 57명, 계열사 206명)보다 10.6% 늘었다. 사상 최대 규모였던 2011년(465명)에 이은 승진 인사다. 하지만 기아차는 지난해(57명)보다 승진인원이 줄었다. 직급별 승진자는 부사장 14명, 전무 36명, 상무 75명, 이사 146명, 이사대우 144명, 수석연구위원 2명, 연구위원 2명이다.

◆“2014년은 기술 발전에 총력”

현대·기아차는 올해 엔저와 유럽시장 침체 등 힘든 상황 속에서도 연말까지 세계 시장에서 756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목표(750만대)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내실을 다지면서 효율적으로 글로벌 마케팅을 한 결과다.

내년에도 미국의 출구전략과 엔저 지속 등으로 어려움이 계속되는 만큼 탄탄한 기술력으로 위기에 대비할 계획이다. 지난달 권문식 사장이 물러나면서 공석이 된 연구개발본부장에 김해진 파워트레인 담당 사장을 앉힌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김 사장은 현대차의 승용디젤엔진과 품질담당 등을 거친 회사 내 대표적인 R&D 전문가다. 특히 지난 1년간 파워트레인 개발 총책을 맡아 신형 제네시스 및 K3, 아반떼 디젤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전체 승진자 중 R&D 및 기술부문 비율이 43.4%를 차지하는 등 핵심 기술 경쟁력과 직결되는 분야에서 승진자가 많았다. 작년에는 이 비율이 39.3%였다.

2009년 연구위원 제도가 생긴 후 4년간 공석이었던 수석연구위원 2명을 임명한 것도 특징이다. 박준홍 R&H(주행&핸들링)1리서치랩장(50)과 지요한 승용디젤엔진리서치랩장(49) 등 2명은 각 분야에서 최고 전문성을 인정받아 수석연구위원이 됐다. 현대·기아차가 조속히 정복해야 할 과제인 주행성능 강화와 디젤 엔진 기술 향상에 권한과 책임을 크게 실어준 것이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내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외 전략시장 선점을 위해선 신기술 우위 확보, 품질 향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기아차 내에 2명의 수석연구위원과 11명의 연구위원이 근무하고 있다. 연구위원은 이사급, 수석연구위원은 상무급 대우를 해준다.

그룹 측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핵심요인으로 기술력 강화에 우선순위를 뒀다”며 “이를 통해 브랜드 지위를 향상시켜 질적 성장은 물론 안정적인 양적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임원 2명 승진

금융계열사에서 두각을 보인 여성 인력을 과감하게 발탁하기도 했다. 현대카드의 CLM(Customer Lifecyle Management)실장을 맡고 있는 이미영 이사가 고객 마케팅 업무성과를 인정받아 상무로 승진했고, 이주연 현대라이프 마케팅실장도 실적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부장에서 이사대우로 승진했다. 초임 임원인 이사대우 승진자 비중은 전체 승진차의 34.3%(144명)에 달했다. 이 중 37명은 연차를 떠나 성과와 향후 잠재력을 평가해 발탁인사를 했다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