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지중해의 블루를 품은…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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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요한 기사단이 지배했던 섬나라
브래드 피트 단골 식당서 멋진 야경을…
브래드 피트 단골 식당서 멋진 야경을…
![어퍼 바라카 가든에서 바라본 발레타와 스리시티 전경](https://img.hankyung.com/photo/201312/AA.8186833.1.jpg)
![[여행의 향기] 지중해의 블루를 품은…몰타](https://img.hankyung.com/photo/201312/AA.8196153.1.jpg)
기사들의 도시, 발레타
![성 바울 카타콤](https://img.hankyung.com/photo/201312/AA.8186499.1.jpg)
![화려한 성 요한 성당의 내부](https://img.hankyung.com/photo/201312/AA.8186518.1.jpg)
기사들은 자신이 소장한 예술품을 기부해 성당 내부를 장식했다.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는 초기 바르크의 대표 화가인 카라바조가 기사들의 후원을 받아 그린 ‘세례 요한의 참수’다. 5m의 화폭에 명암 대비를 극명하게 그려낸 참수의 현장 앞에 서니 숨이 멎을 것 같은 위압감이 든다. 카라바조는 그림 하단에 세례 요한의 목에서 흐르는 피로 자신의 이름을 썼는데, 이는 모든 작품을 통틀어 그가 남긴 유일한 서명이다.
성 요한 성당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그랜드 마스터 팰리스는 1604년 기사단의 궁전으로 지어졌다. 지금은 기사단의 역사를 빼곡히 모아 전시한 박물관과 대통령궁을 겸해 사용하고 있다.
![몰타의 전경을 감상하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반드시 들르는 어퍼 바라카 가든](https://img.hankyung.com/photo/201312/AA.8186528.1.jpg)
![스리 시티의 골목](https://img.hankyung.com/photo/201312/AA.8186517.1.jpg)
기사단의 주거 지역이었던 이곳은 시티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규모지만 풍경은 다채롭다. 유럽 각국에서 지중해를 건너온 요트들이 빼곡히 정박된 항구와 카지노 불빛으로 반짝이는 바닷가 너머로 좁은 골목들이 뻗어 있다.
![일요일, 마샤슬록 시장의 모습](https://img.hankyung.com/photo/201312/AA.8186779.1.jpg)
세인트 줄리앙스는 몰타의 밤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시쳇말로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즐기려는 말티즈(몰타 사람을 일컫는 말)들이 모두 모이는 곳이 세인트 줄리앙스다. 5성급 호텔들을
![몰타의 상징인 발코니](https://img.hankyung.com/photo/201312/AA.8186520.1.jpg)
발레타에서 일요일을 보낸다면 마샤슬록 어시장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시간을 박제한 도시, 임디나
기사단이 발레타로 입성하기 전, 로마 통치하에 있던 몰타의 수도는 임디나였다. 몰타 섬의 중앙,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세워진 이곳은 귀족의 도시이자 고요의 도시로 불린다. 9세기에 건설한 석회암 성벽의 말간 모랫빛이 세월의 흔적을 머금고 고풍스럽게 빛난다. 성곽 안으로 들어서면 좁은 골목길이 유선형으로 굽어 있다. 골목은 넓어졌다 좁아지기를 반복하며 굽이쳐 흐르는 개울을 닮았는데 이렇게 건설한 이유가 있다. 성곽으로 적이 침입할 경우 적의 마차 길을 끊고, 적이 쏜 화살과 총을 쉽게 피하고 숨기 위해서다.
다채로운 외형으로 미로처럼 연결된 골목골목은 기능뿐만 아니라 미학적으로도 숨막히게 아름답다. 1000년의 시간 동안 지중해의 강렬한 태양과 바람을 견디기 위해 외벽에 덧칠한 올리브기름이 라임 빛깔 석회암에 스며 은은한 광택을 발한다. 출입문, 문 손잡이, 창틀과 창문까지 건물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고상하고 기품이 있다. 말 그대로 그림 같은 풍경이지만 오랜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사물이 뿜어내는 특유의 아우라는 그 어떤 위대한 화가의 묘사로도 범접할 수 없을 것이다. 골목을 뚜벅뚜벅 걸으며 지중해의 바람과 태양 아래 몸을 맡기고 오감으로 느껴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몰타의 전경을 감상하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반드시 들르는 어퍼 바라카 가든](https://img.hankyung.com/photo/201312/AA.8186528.1.jpg)
팔라초 팔슨 저택은 민간에게 개방된 귀족의 실제 저택이다. 당시 귀족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임디나는 몰타의 비벌리힐스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지만 귀족의 후손들이 아직도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임디나가 특별한 이유는 성 바울 교회가 이곳에 있기 때문. AD 60년 사도 바울이 로마로 압송되던 중 난파한 멜리데 섬이 바로 몰타다. 바울은 당시 몰타를 관할하던 보블리오의 아버지가 앓던 열병을 고쳤고 이후 보블리오는 기독교로 개종했다. 이 사건으로 몰타는 기독교가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간 관문이자 성지가 되었다.
임디나가 귀족의 주거지라면 성곽 주변으로 자리잡은 라밧은 서민들의 거주 공간이었다. 라밧은 몰타 서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동네. 특히 파루찬 과자점은 대를 이어 몰타 전통 누가를 만들어 파는데 한번 맛보면 두고두고 생각나는 오묘한 단맛이 매력적이다.
라밧 시내에 있는 성 바울 카타콤은 바울이 라밧에 사는 동안 머문 지하 동굴이다. 이후 사람들은 로마의 기독교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몰려들었고, 이곳에서 숨어살다 생을 마감하고 묻혔다.
몰타=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