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학 지원 자격 확대 문제로 학생과 학교 측이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대전대 한의과대학에서 대규모 학생 징계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 우려되고 있다.

29일 대전대에 따르면 한의과대 학생 350여명은 지난 5일 '편입학 제도 개정 철회'를 요구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기말고사 거부에 돌입한 데 이어 이날 현재까지 11일째 총장실 점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학교 측은 시험 거부를 하다 F 학점을 받은 학생 30여명에 대해 이달 말까지 재평가를 신청하지 않으면 학년 진급에 필요한 점수를 채우지 못한 만큼 유급 결정을 내린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오는 31일 정오까지 점거농성 해제를 요구하는 한편 기물 파손 등 학칙 위반 학생 10여명에 대해서도 징계위에 부치겠다고 통보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학생들은 점거 농성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편입학 문제를 결정할 때는 학생총회 의결에 따른다는 이른바 '1989년 확약서'를 어기고 학교가 일방적으로 편입학 지원 자격을 확대한 것은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1989년 부정입학 사태로 갈등을 빚다 재발방지를 위해 총장과 학생회장 등이 서명한 '한의과대학의 학사편입에 대한 확약서'에는 '한의과대학 학사편입은 재단이나 학교에서는 절대 관여하지 않고 한의과대학과 학생회의 의견에 따라 학생총회의 의결로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의과대학 한 학생은 "편입학 지원 자격 개정에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학교가 학생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저버리는 모습, 학생과의 협의안을 무시한 채 학교의 입장만 고수하는 모습, 문제 해결을 위한 학교의 무성의한 대응 방식에 분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생은 이어 "학교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편입학을 진행하겠다고 하지만, 과거의 약속도 일방적으로 파기하려는 마당에 어떻게 새로운 약속을 믿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학교 측도 편입학 등 학칙 개정은 대학의 고유 권한인만큼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의대 및 치대 졸업예정자와 졸업자 가운데 의사자격증 보유자만 한의과대학에 학사 편입할 수 있던 학칙을 개정해 다른 학문을 전공한 학생들에게도 편입 자격을 주자는 게 학칙 개정의 취지라는 설명이다.

학교 측은 특히 다른 대학 한의대는 문·이과 계열까지 문호를 넓혀 학문 교류를 통한 한의학의 발전을 꾀하는 만큼 문호 개방을 더 미룰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학교와 학생이 부정입학을 막자는 뜻에서 작성한 확약서의 의미를 살려 부정 입학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안근식 대외협력부총장은 "과거에는 부정입학 등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최근 10년 동안 한 번도 부정입학 사건이 없었다"며 "학칙 개정은 대학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변경된 학칙을 적용해 예정대로 편입학 학생을 선발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안 부총장은 이어 "확약서의 내용을 준수하라는 학생들의 입장은 수용할 수 없지만, 확약서의 뜻을 새겨 학생들이 추천하는 교수를 편입학 입시 위원회에 포함하는 등 부정 입학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용의는 있다"고 밝혔다.

학교와 학생은 학교 이미지 훼손은 물론 대규모 징계사태를 막고자 의견을 조율하고 있지만, 감정의 골이 파일 대로 파인 상황에서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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