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자동차업종 보다 정유·화학 더 안좋아
최대 수출국 中경기 부진…코스피 '상고하저' 어려울 듯
다른 증권사들도 엇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IBK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지난 26일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익이 10조원에 미달할 것이라는 리포트를 내놓았다. 두 증권사의 기존 추정치 대비 하향 조정 폭은 각각 8.7%와 7.3%에 이른다.
◆시총 상위종목 4분기 실적 ‘빨간불’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의 4분기 실적 전망이 심상치 않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국내 간판 기업들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12월 초부터 일제히 내려오고 있다. 해가 바뀌고 실적 발표일에 가까워졌을 때 영업이익 추정치를 조정했던 예년의 전례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모습이다.
29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는 10조2314억원으로 이달 초 10조4912억원보다 2.48% 감소했다. 순이익 컨센서스도 같은 기간 2.34% 줄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이달 초 대비 각각 1.56%와 2.06% 내려왔다.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 하락(엔저) 등의 요인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유·화학 업종의 컨센서스 조정 폭은 전자, 자동차 업종보다 더 크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영업이익 컨센서스 하락 폭은 같은 기간 각각 4.10%와 3.52%에 달했다. 포스코(-2.74%), 현대중공업(-1.25%), LG전자(-0.64%) 등도 이달 초에 비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회복 수혜 한국만 못 받나
증권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추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엔화, 달러화 대비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데다 주요 제품의 수출 경쟁력도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기가 회복된다고는 하지만 전자와 자동차 업종 주요 기업들의 내년 실적은 올해와 엇비슷한 수준에서 더 치고 나가기 힘들어 보인다”며 “내년 상반기 코스피지수도 국내 증시의 절반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밸류 체인(부품업체를 포함한 산업 전반)의 동반 부진에 막혀 제한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제 상황이 지지부진한 점도 국내 기업들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은 시중 은행의 유동성 위기 등으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지수에도 나타난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행보를 본격화한 이후 미국과 유럽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에는 미국과 유럽이 살아나면 국내 증시에도 온기가 돌았지만 지금은 중국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중국에 이렇다 할 변화가 없는 한 수출 기업들의 주가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글로벌 경기회복에 힘입어 내년 상반기 국내 증시가 크게 오르고 하반기부터 테이퍼링 영향으로 상승 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상고하저’ 예측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