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식품 인수한 삼립식품 '진퇴양난'…中企 동반성장 위해 공급 포기하니 계약불이행 위약금 10억원 낼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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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후 中企지위 상실
햄·소시지 공공조달 못해
방사청 "규정 다시 보겠다"
햄·소시지 공공조달 못해
방사청 "규정 다시 보겠다"
삼립식품이 방위사업청과 식품 공급계약을 해지하지도, 이행하지도 못하는 곤혹스런 상황에 빠졌다. 공급 계약을 해지하면 위약금 10억원을 내야 하고, 계약을 이행하면 중소기업들과 소송전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사연은 이렇다. SPC그룹은 빵이나 과자 등에 들어가는 햄과 소시지 등을 직접 조달하기 위해 계열사인 삼립식품을 통해 중소기업 알프스식품을 지난 6월 106억원에 인수했다.
문제는 알프스식품이 인수되기 한 달 전 방위사업청과 ‘햄, 소시지, 불고기 햄버거패티, 닭고기 햄버거패티 등 4개 품목에 대한 공급계약’을 체결한 대목이다. 1년간 80억원어치를 공급한다는 계약이었다.
중소기업단체인 한국육가공협동조합은 중소기업인 알프스식품이 대기업인 삼립식품에 인수됐기 때문에 ‘중소기업 지위’로 체결한 공공조달 계약은 즉시 취소돼야 한다고 압박했다. 햄과 소시지 등 203개 품목은 공공조달 시장에서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있어 대기업은 참여할 수 없다. 육가공조합은 지난 7월 중소기업중앙회에 ‘알프스식품이 중소기업자로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서를 보냈고, 중기중앙회는 지난 9월9일 “알프스는 더 이상 중소기업자가 아니다”며 ‘직접생산 확인’을 취소했다. 직접생산 확인이 취소되면 공공기관장은 곧바로 계약을 취소해야 된다.
알프스식품은 이에 맞서 서울행정법원에 ‘직접생산확인취소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지만, 여론을 의식해 최근 가처분 신청을 취소하고 식품공급 계약을 포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방위사업청 쪽에서 문제가 터졌다. 중소기업 지위를 잃어 더이상 납품할 수 없게 됐다고 알리자 방위사업청은 ‘계약 중도 포기로 인한 위약금 10억원을 내라’고 통보한 것. SPC그룹 관계자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계약을 해지하려니 위약금을 물어야 하고, 계약을 지켜려니 그룹 이미지가 실추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 전문가는 “중소기업 판로지원법(제11조 6항)은 중소기업의 직접 생산확인이 취소되면 곧바로 계약을 취소하도록 돼 있지만 이는 공장시설을 빌려서 계약을 따내거나 하청 생산하면서 계약을 따낸 경우 등을 적발해 처벌하기 위한 조항”이라며 “이번처럼 인수합병(M&A)으로 인한 사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법률 자체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 아닌 만큼 계약을 이행하도록 예외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김문환 중기청 판로지원과장은 “알프스식품이 계약을 스스로 양보하겠다는 것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위해 한발 물러서는 보기 드문 상생의 사례인데 벽에 부딪혀 안타깝다”며 “방위사업청에서 해결의 묘수를 내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관련 규정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사연은 이렇다. SPC그룹은 빵이나 과자 등에 들어가는 햄과 소시지 등을 직접 조달하기 위해 계열사인 삼립식품을 통해 중소기업 알프스식품을 지난 6월 106억원에 인수했다.
문제는 알프스식품이 인수되기 한 달 전 방위사업청과 ‘햄, 소시지, 불고기 햄버거패티, 닭고기 햄버거패티 등 4개 품목에 대한 공급계약’을 체결한 대목이다. 1년간 80억원어치를 공급한다는 계약이었다.
중소기업단체인 한국육가공협동조합은 중소기업인 알프스식품이 대기업인 삼립식품에 인수됐기 때문에 ‘중소기업 지위’로 체결한 공공조달 계약은 즉시 취소돼야 한다고 압박했다. 햄과 소시지 등 203개 품목은 공공조달 시장에서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있어 대기업은 참여할 수 없다. 육가공조합은 지난 7월 중소기업중앙회에 ‘알프스식품이 중소기업자로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서를 보냈고, 중기중앙회는 지난 9월9일 “알프스는 더 이상 중소기업자가 아니다”며 ‘직접생산 확인’을 취소했다. 직접생산 확인이 취소되면 공공기관장은 곧바로 계약을 취소해야 된다.
알프스식품은 이에 맞서 서울행정법원에 ‘직접생산확인취소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지만, 여론을 의식해 최근 가처분 신청을 취소하고 식품공급 계약을 포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방위사업청 쪽에서 문제가 터졌다. 중소기업 지위를 잃어 더이상 납품할 수 없게 됐다고 알리자 방위사업청은 ‘계약 중도 포기로 인한 위약금 10억원을 내라’고 통보한 것. SPC그룹 관계자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계약을 해지하려니 위약금을 물어야 하고, 계약을 지켜려니 그룹 이미지가 실추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 전문가는 “중소기업 판로지원법(제11조 6항)은 중소기업의 직접 생산확인이 취소되면 곧바로 계약을 취소하도록 돼 있지만 이는 공장시설을 빌려서 계약을 따내거나 하청 생산하면서 계약을 따낸 경우 등을 적발해 처벌하기 위한 조항”이라며 “이번처럼 인수합병(M&A)으로 인한 사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법률 자체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 아닌 만큼 계약을 이행하도록 예외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김문환 중기청 판로지원과장은 “알프스식품이 계약을 스스로 양보하겠다는 것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위해 한발 물러서는 보기 드문 상생의 사례인데 벽에 부딪혀 안타깝다”며 “방위사업청에서 해결의 묘수를 내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관련 규정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