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올 한 해 국내 간판 기업들의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SCI AC월드지수에 속한 전 세계 2434개 종목 중 시가총액 순위 1000위 안에 포함된 한국 기업은 모두 17개(삼성전자 우선주 포함)로 집계됐다. 작년 말(20개)보다 3개 줄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11개 종목은 지난해보다 순위가 하락했다. 작년 말까지 글로벌 시가총액 16위로 ‘상위 1%’ 종목에 들었던 삼성전자가 올해 24위로 내려앉았고, 현대차(204위→240위) 포스코(302위→396위) 현대모비스(362위→436위) 등도 줄줄이 뒷걸음질쳤다.

반면 올 들어 외국인들의 ‘러브콜’이 집중된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가 529위에서 442위로 뛰어올랐다. 네이버 역시 767위에서 413위로 크게 오르며 SK하이닉스와 함께 처음으로 500위권에 진입했다.

글로벌 전체에서는 정보기술(IT) 소재·산업재 등 전통적인 산업군의 입지는 좁아진 반면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이른바 ‘소프트웨어’ 관련주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 중 호주 광산업체인 리오틴토(59위→93위)와 BHP빌리톤(28위→49위)의 순위가 가장 크게 하락했고, 대만 반도체업체인 TSMC와 오라클 IBM 등의 순위도 떨어졌다. 이들의 빈자리는 중위권에서 치고 올라온 페이스북(248위→57위) 소프트뱅크(171위→69위) 아마존(45위→26위) 등이 메웠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생 산업군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네이버를 제외하면 내세울 만한 종목이 없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증시 내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박헌석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어 내년에도 원자재 관련주보다는 소비재 관련주들의 주가가 좋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