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신용등급이 현대상선 실적악화 등을 이유로 한 단계 강등됐다. 현대그룹이 금융 계열사 매각 등 고강도 자구계획안을 발표한 지 8일 만이다.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에서의 우월한 지위에도 불구하고 계열 관련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30일 현대엘리베이터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떨어뜨렸다고 발표했다. 지난 11월 이후 한 달여 만에 두 번째 등급 하향이다. 이유선 한신평 연구원은 “그룹 주력사인 현대상선이 지속적으로 영업적자를 내는 등 계열 전반의 재무 변동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 등 계열사 수익성 악화에 따라 지난 9월 말 별도기준 1507억원의 파생상품 손실을 입었다. 현대상선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이 커지는 파생상품 계약을 맺고 있어서다. 박선지 나이스신용평가 책임 연구원은 “현대상선 주가가 지금의 1만1000원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내년 계약 정산시 부담해야 할 금액이 33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현대그룹은 지난 22일 현대증권을 비롯한 금융 계열 3사, 현대상선 보유 항만터미널의 사업 매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원활한 자구계획의 이행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실제 현대엘리베이터는 내년 2월14일 2175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려던 계획이 3월4일로 한 차례 미뤄졌다. 금융당국이 지난 2일 처음 제출한 유상증자 신고서를 다시 작성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파생상품 계약 관련 위험 설명이 부실하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이 연구원은 “자구계획안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현대그룹 유동성 해소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적정 인수자 확보, 매각가치 산정 등에 일정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자구안을 제때 이행하기에는 여전히 변수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