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없는 철도파업 '원칙'에 굴복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워온 철도파업이 정부의 원칙 대응 기조와 정치권의 중재로 30일 종지부를 찍었다. 철도노조가 ‘서울 수서발(發) KTX 자회사’ 설립에 반대하며 파업에 들어간 지 22일(복귀 시점 31일 오전 11시) 만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박기춘 민주당 의원은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노조 측과 협의를 거쳐 파업 철회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야 간사인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 이윤석 민주당 의원과 함께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을 만나 국토위 산하에 철도발전소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합의문을 전날 자정께 마련, 철도 파업 철회에 합의했다.

철도발전소위는 강석호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여야 4명씩 위원으로 참여한다. 또 소위에는 정부와 코레일, 철도노조,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정책자문협의체를 두기로 했다.

철도노조는 이에 따라 파업 철회를 결정하고 31일 오전 11시까지 업무에 복귀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총파업 투쟁을 현장 투쟁으로 전환한다”며 “전체 조합원들은 31일 오전 9시부터 지구별로 파업투쟁 보고와 현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오전 11시까지 현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철도 정상 운행까지는 1주일가량 걸릴 것으로 코레일은 보고 있다.

정치권의 중재로 그동안 1조원가량 직간접적 사회·경제적 손실을 입힌 것으로 추정되는 철도파업이 결국 끝났다. 그러나 부실 공기업 개혁 차원에서 시작된 철도 경쟁 체제 도입이 정치권의 협상 대상에 오른 데다 부실 경영에서 자유롭지 못한 코레일 노사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철도 개혁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철도발전소위는 코레일 자회사의 민영화 금지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기로 여야와 철도노조가 합의했지만 해석이 제각각이어서 향후 활동에서 파열음도 예상된다. 양당의 공식 원내지도부가 아닌 쪽에서 협의에 나섰다는 점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삼는 시각도 있다.

한편 철도노조는 이날 파업 철회와는 별도로 서울행정법원에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수서발 KTX’ 철도운송사업 처분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김보형/김재후/박상익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