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잡읍시다 > 국회 국정원개혁특위 정세균 위원장(가운데)이 30일 국회에서 김재원 새누리당 간사(오른쪽), 문병호 민주당 간사와 함께 개혁법안 논의를 하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 이렇게 잡읍시다 > 국회 국정원개혁특위 정세균 위원장(가운데)이 30일 국회에서 김재원 새누리당 간사(오른쪽), 문병호 민주당 간사와 함께 개혁법안 논의를 하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30일 밤샘 협상을 벌이며 국가정보원 개혁법안과 예산안 및 주요 쟁점법안의 일괄 타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국정원 개혁법안과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을 둘러싼 의견 차로 합의안 도출에 진통을 겪었다.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법안이 처리돼야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연계 전략을 펴고 있다.

여야 모두 해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할 경우 국회가 가진 예산 심의권을 스스로 무력화하고 파행으로 이끈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어 극적 타결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은 예산안 연내 처리와 외촉법 등 경제활성화 관련 입법이란 성과를 내고, 민주당은 지난 1년 내내 끌어왔던 국정원 이슈에서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도출하는 등 서로 실리를 챙기는 선에서 타협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막판 협상 쟁점이었던 국정원 개혁법안을 둘러싼 여야 지도부 간 협상은 첨예한 이견 대립으로 난항을 거듭했다. 민주당은 사찰, 감시, 민간인에 대한 동향파악, 정부기관 상시출입 등 구체적으로 금지해야 할 국정원 정보원(IO)의 활동 내용을 법에 명시하자는 주장을 앞세운 반면 새누리당은 정보기관의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법제화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팽팽히 맞섰다.

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은 지난 29일에 이어 이날도 심야까지 마라톤 협상을 벌이며 막판까지 쟁점을 조율했다. 국정원 개혁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들도 밤새 수시 접촉을 통해 절충점을 모색했지만 진통을 거듭했다. 개혁특위 여당 간사인 김재원 의원은 오전 회동 후 “민주당이 요구하는 IO의 활동 규제는 이미 여야 간사 간 협의를 통해 끝난 얘기”라며 “이제 와 말을 바꿔 IO가 어느 기관에 들어갈 수 있고, 들어갈 수 없다는 규정을 법률로 정하자는 건 아예 정보기관의 방첩활동을 마비시키자는 억지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 간사인 문병호 의원은 “국정원의 불법 활동을 막자는 데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금지 행동을 법문화하는 것에는 왜 반대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여야의 이 같은 날선 신경전은 새누리당이 외촉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조건으로 IO의 정부기관 상시출입 금지 법제화를 수용할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누그러졌고, 양당 지도부 간 협상은 자정을 넘겨 진행됐다.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법안과 관련 사이버심리전단 불법활동 처벌 조항을 담은 최종안을 제시했고, 새누리당은 이를 수용할지 여부를 숙고하며 밀고 당기는 협상을 밤새 벌였다. 외촉법 논의 과정에서는 일부 민주당 의원이 ‘대기업 특혜법안’이라고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국정원 개혁특위는 31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최종 합의를 도출할 예정이다.

여야는 국정원 개혁법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는 대로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 및 관련 부수법안, 외촉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 국정원 개혁법안 등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정호/이태훈/추가영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