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급팽창 중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사업을 접고 SSD에 올인하는 전략이 성공을 거두면서 2위 그룹인 인텔, 샌디스크, 도시바 등과의 점유율 격차를 계속 벌려나가고 있다.

31일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2013년 글로벌 SSD 시장은 82억달러 규모로 2012년 55억달러 에서 49% 성장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2013년 21억달러어치를 팔아 25.2%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2012년 12억달러에서 75%나 증가한 매출을 올려 점유율(2012년 21.7%)이 3.5%포인트 증가했다.

2위인 인텔은 2012년 18.7%에서 2013년 19.6%로 점유율이 제자리걸음하면서 삼성과의 격차는 5.6% 차이로 벌어졌다. 3위는 샌디스크로 점유율 13.7%였고 4위인 도시바는 2012년 17.2%에서 2013년 10.5%로 추락했다. 도시바의 추락은 애플 맥북에 들어간 SSD 제품이 품질 문제로 전량 리콜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후 도시바를 배제하고 SSD 거의 전량을 삼성에서 조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성공은 시장변화에 대한 발빠른 대응 덕분이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2011년 하드디스크(HDD) 사업을 시게이트에 매각한 뒤 SSD에 올인했다. 당시 전동수 메모리사업부장(현 삼성SDS 사장)은 SSD의 재료인 낸드플래시 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 SSD가 HDD를 대체하는 시점을 앞당기기로 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SSD 연구개발(R&D)에 집중해 낸드와 컨트롤러는 물론 펌웨어까지 직접 개발하고 있다. 개발 인력만 1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작년 11월 미국의 SSD 소프트웨어 업체인 엔벨로를 인수했다. 엔벨로는 캐싱 기술(데이터를 디스크 캐시에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것)로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여주는 소프트웨어 업체다.

이 같은 투자 덕분에 2012년 9월 업계 최초로 삼중셀(TLC) 낸드플래시를 개발, 이를 채택한 제품(840시리즈)을 내놨으며 지난해엔 3차원(3D) 낸드 기반의 1테라바이트(TB)급 서버용 SSD를 출시했다. 이어 지난해 12월엔 기존 2.5인치 SSD의 4분의 1 크기인 1TB 용량의 미니(mSATA) SSD인 ‘840 EVO 미니 SSD’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에서의 막강한 경쟁력과 SSD 올인 전략을 바탕으로 SSD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위치를 굳힐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SSD 시장은 2014년 138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SSD

solid state drive. 낸드플래시 메모리로 만드는 차세대 저장장치. 기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와 달리 모터와 같은 기계적인 장치 없이 메모리 반도체에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에 가볍고 정보를 읽고 쓰는 속도가 4배 이상 빨라 PC 등의 부팅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비싼 게 단점이지만, 최근 값이 하락하며 HDD를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