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아베와 아사다 마오의 공통점
일본도 우리처럼 띠를 따진다. 해마다 이맘때쯤 언론에 그해 띠를 맞은 유명인이 얼굴을 내미는 것도 똑같다. 올해 일본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띠’ 인사는 피겨 스케이트 선수인 아사다 마오다. 만 24세가 되는 올해, 그는 소치 동계올림픽에 참가한다. 동갑내기 라이벌 김연아와 다투는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 무대다. 이번 대회에서도 김연아에게 밀리면 ‘만년 2등’이라는 꼬리표를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 그의 선수 인생에서 올해가 최대 고비다.

아사다와 비슷한 빈도로 등장하는 또 다른 유명인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다. 1954년생으로 올해 환갑인 아베도 시험대에 오른다. 우선 소비세 증세. 일본의 소비세율은 오는 4월부터 현행 5%에서 8%로 인상된다. 적자 재정을 메우기 위해서라지만 내수 위축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충격파의 정도다. 아베는 충격완화 방안으로 작년 말 서둘러 5조5000억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추가 양적완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결과는 낙관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소비세율을 건드렸던 일본의 모든 정권은 하나같이 조기 퇴진했다.

원전이라는 악재도 본격적으로 불거질 전망이다. 일본의 무역수지는 지난해 11월까지 17개월 연속 적자행진이다. 최대 원인은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력발전용 원료 수입 증가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 내 54개 원전이 모두 멈춰 서면서 화력발전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탓이다. 절전만으로는 곧 한계에 부딪힌다. 아베가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는 이유다. 문제는 원전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는 것. 국민 설득에 실패하면 아베 정권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처럼 과제가 산적한데, 아베는 최근 엉뚱하게 극우 노선에 집착하고 있다. 지난달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나선 데 이어 1일에는 연두소감을 통해 평화헌법 개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거듭 밝혔다. 중요 과제로 열거한 헌법 개정 논의와 안보정책 충실화, 교육 되살리기 등은 민생과는 거리가 멀다. 아사다의 ‘트리플 악셀’처럼 아베에겐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가 필살기다. 둘 다 아직 미완성이고, 실패하면 끝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아베의 장기 집권은 올해가 분수령이다.

안재석 도쿄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