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처리를 위해 1일 새벽까지 국회 본회의가 이어진 가운데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 예산안 처리를 위해 1일 새벽까지 국회 본회의가 이어진 가운데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예산안을 살펴보면 국회의원들이 민원성 사회간접자본(SOC) ‘쪽지 예산’을 나눠 먹은 게 특징이다. 소위 ‘실세’나 고위 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들이 지난 18대 국회와 같이 수천억원의 예산을 챙긴 사례는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SOC 공사를 일단 개시하도록 타당성조사 용역이나 설계비 등을 위한 5억~30억원짜리를 끼워 넣어 내후년에도 사업을 계속하도록 하는 식의 ‘꼼수’를 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산 관련 부처 출신의 한 국회의원은 “일단 공사가 시작되면 그 후부터는 수백~수천억원의 공사비를 정부가 알아서 예산으로 편성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곳곳에 SOC 예산 분배

[2014 예산 국회 통과] 삭감 대상도 되살려…5억~100억 곳곳 나눠먹기
이날 한국경제신문이 국회에서 예산이 신설돼 반영되거나 정부안보다 더 늘어난 SOC 사업을 살펴보니, 과거 ‘형님예산’ 등과 같은 뭉텅이 예산 증가 사례는 눈에 띄지 않았다.

호남고속철도 건설에 310억원, 경북 포항~강원 삼척 철도 건설에 100억원, 부산~울산 복선전철에 217억원, 부산외곽순환도로에 300억원, 대구순환고속도로에 100억원, 경북 상주~영천고속도로에 200억원 등을 국회에서 증액했지만, 단위가 원래 큰 사업이다.

대신 SOC 사업에 소액 단위로 쪼개 예산을 늘렸다. 생태하천이나 자전거도로, 도보길 등을 건설하는 지방하천 정비에 10억원 이하 단위로 예산이 증액됐다.

특히 정부 예산안엔 없었던 신규 사업도 이런 식으로 이뤄졌다. 경부고속철도 대구도심구간 건설(42억원), 광주 광산~동광주 고속도로(30억원), 판교복선전철(20억원), 경기 여주~원주 복선전철(12억원), 경기 인덕원~수원 복선전철(20억원), 수도권광역급행철도(1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예산은 예비타당성조사 등에 쓰인다.

○여야 협상의 결과라는 분석

[2014 예산 국회 통과] 삭감 대상도 되살려…5억~100억 곳곳 나눠먹기
이 같은 현상은 SOC 예산이 많은 국토교통부뿐 아니라 다른 부처 예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의 지방국립대 예산이 대표적이다.

경북대 상주캠퍼스생활관 식당 증축 및 보수(32억원), 한밭대 국제교류센터신축(7억원), 전남대 대강당 리모델링(6억원) 등이 국회에서 새로 책정된 사업들이다.

국제경기 예산도 지자체의 무분별한 국제경기 유치를 견제하기 위해 예산을 삭감할 방침이었지만 올해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운영비는 405억원에서 225억원이 더 늘었고, 내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지원비도 105억원이 불어났다. 여야 협상의 결과물이다.

○최경환 원내대표 ‘끼워넣기’ 논란

여야는 이날 ‘예산 끼워넣기’ 의혹을 놓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대구지하철 1호선 연장 사업이 130억원 증액된 것을 놓고 최재천 민주당 의원은 대구에 인접한 경북 경산·청도를 지역구로 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끼워넣기’라고 주장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된) 50억원은 최 원내대표 지역구가 아닌 옆 지역구 지하철 예산”이라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신상발언을 통해 “비슷한 이름으로 2009년부터 진행돼 오던 사업에 50억원이 배정된 것으로, 지역구와 관련된 신규사업은 깨끗하게 포기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