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사철이 고비…입주물량 늘어 하반기엔 상승 둔화"
수도권에서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70%를 넘는 곳이 등장하면서 새해에도 ‘전세대란 불안’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집주인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세금 상승분’을 월세로 돌리는 바람에 ‘보증부 월세(반전세)’는 꾸준히 느는 반면 ‘월세 없는 전셋집’은 줄어들고 있어서다. 또 올해는 서울 강남·송파권에서 대규모 재건축이 이뤄지면서 전셋집을 구하는 이주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것도 한 요인이다.

하지만 정부의 전·월세 대책이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데다 취득세 인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거래활성화 대책이 시행되면 전세입자들이 ‘집 사기’에 나서면서 상승폭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국지적 전세난’ 이어질 듯

작년 말 기준(국민은행 자료)으로 수도권에서 아파트 전세가율이 70%를 넘어선 곳은 △경기 군포시(70.9%) △의왕시(70.2%) △수원시 영통구(70.5%) △수원시 장안구(70.2%) 등 4곳이다.

이처럼 전셋값 오름세가 꺼지지 않는 이유는 아직까지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크지 않은 데다, 집을 소유 대상이 아닌 ‘거주 대상’으로 여기는 젊은층이 늘어나며 매수세가 빠르게 확산되지 않고 있어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새해에는 강남·송파권 등 도심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 추진에 나설 경우 조합원 이주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국지적 전세난이 심화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겨울방학 이사 수요’가 움직이면서 서울의 학원과 소형 아파트 밀집지역은 전세가율이 70%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성북구가 69.1%로 가장 높고 △강서구 65.9% △서대문구 65.7% △관악구 65.7% 등으로 전세가율이 높다. 중계동 하나공인의 박정한 대표는 “초등·중학교 배정을 앞두고 ‘학군 이사’가 늘고 있다”며 “단지별로 체감 전세가율은 이미 70~80% 선”이라고 전했다.

상승폭 둔화…하반기 안정 전망

전문가들은 새해 수도권 평균 전셋값은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강남권 재건축발 전셋값 오름세’가 서울지역 전세시장 불안의 불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서울 둔촌주공, 개포주공 등의 재건축 이주 수요가 직접적 원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세시장 안정 요인도 적지 않아 상승폭이 크게 둔화되면서 하반기부터는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 급증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24만8135가구로 작년(19만4776가구)보다 36.8%나 늘어날 것으로 집계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아파트 입주물량 급증과 최근 4년간 지속된 전셋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 올해는 오름폭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며 “다만 전셋집의 월세 전환 증가에 따른 ‘순수 전셋집’ 부족 현상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취득세 인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 부동산시장 활황기 때의 규제가 대거 사라지면서 주택 구매에 나서는 전세입자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전세 수요가 크게 줄면서 전셋값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정부가 올해 공유형 모기지나 저금리 대출 등 무주택자들의 주택구입자금을 대폭 늘린 것도 전세난 완화 요인으로 꼽힌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취득세 인하 등의 영향으로 전세입자 등 실요자들이 봄 이사철에 매수에 나서면 전셋값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국지적 불안 요인이 있긴 하지만 올해는 부동산 규제 완화, 주택자금대출 확대 등 전세시장 안정 요인이 더 많다”고 진단했다.

이현진/김보형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