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다산금융상]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프로젝트금융·해외진출…새 수익원 창출
유상호 사장(사진)이 이끄는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의 활로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3회계연도 상반기(3~9월)에 65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증권업계 전체 순이익의 68.6%에 해당하는 규모다.

증권사들이 잇달아 매물로 나오고, 희망퇴직이 상시화한 상황에서도 유 사장은 지난해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지점 수도 그대로 유지했다. 그는 2007년 3월 47세에 사장에 취임, 지금까지 7년간 한국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는 증권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다. 1년인 대표이사 임기를 7번 연임했다.

유 사장의 가장 큰 성과로는 기존 증권업계에 없던 새로운 수익구조를 제시하고 신사업을 발굴해 증권산업의 성장 모델을 제시한 점이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은 그가 이끈 7년 동안 국내 금융투자회사 중 가장 다변화되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로커리지, 자산관리에 치중하던 종전 방식에서 벗어나 프로젝트금융 등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 한 곳에서 적자가 나도 다른 곳에서 흑자를 내는 방식으로 위험을 관리해 2011년, 2012년에 이어 2013년 상반기에도 업계 1위(순이익)를 차지했다.

투자은행(IB) 자산관리(AM) 브로커리지(BK) 등 증권사의 대표 업무에서 고루 업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 침체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와 금융 상품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한국투자증권의 2013회계연도 상반기 AM 금융상품 설정 잔액은 전기 말 대비 19%, BK 시장의 환산점유율 또한 전기보다 6.2% 증가했다. 같은 기간 IB 수수료 수익은 76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2.9% 늘었다.

부동산금융 자문수수료 수익이 137억원(전년 대비 43.8% 증가)으로 한국투자증권 순이익 증가에 효자 노릇을 했다. 이 분야는 대형 은행과 보험사들의 텃밭이었지만 한국투자증권이 증권업계 최초로 진출해 결실을 맺고 있다. 증권사들도 새 시장을 개척해야만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유 사장의 도전은 국내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2015년 ‘아시아 톱5 투자은행 진입’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베트남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에서 직접 투자, 금융자문, 인수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등 이슬람 금융회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오일머니를 유치한다는 방안도 세워놨다. 한국 기업이 중동 등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한국투자증권이 자금을 중개하는 것으로 이 또한 기존 증권사들은 시도하지 않던 사업 모델이다.

그의 또 다른 공적은 한국투자증권을 직원 충성심이 강한 조직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인사평가를 할 때 이름을 가린 채 오로지 실적만으로 평가하고, 술자리에선 임직원들과 일일이 술잔을 마주치는 스킨십 경영이 유 사장의 장점이다.

매년 신규 인력을 100여명 채용하고 취임 이후 단 한 차례도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점도 유 사장의 성과와 경영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시상식은 3일 오후 2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 볼룸에서 ‘2014년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와 함께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