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과 통섭의 시대다. 학계와 산업계뿐 아니라 정치권과 문화예술계 등에서도 인문학을 중심으로 기술과 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와 학문의 융합과 통섭이 창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려면 지식 습득뿐 아니라 생각부터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인간과 삶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성찰하는 인문학적 사고와 세상을 움직이는 이치를 찾는 경제학적 사고를 두루 갖춰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파악하고 함께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책마을] 경제학이 어렵다고?…소설·신화·영화로 경제읽기
《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는 경제학적 사고와 경제 원리를 바탕으로 인간 세상을 넓게 바라보고 깊이 들여다보는 사고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그런 사고력을 기르는 방법을 찾도록 도와준다.

인문대 출신이면서 25년간 경제기자로 일해온 저자는 “인문학이 생각의 마중물이라면 경제학은 그 마중물로 길어올리는 펌프와 같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신화와 역사, 문학, 영화, 사회과학, 과학 등 넓은 의미의 인문에서 찾은 다양한 소재를 ‘마중물’로, 시대가 흘러도 변치 않는 경제 원리를 ‘펌프’로 삼아 통찰력 있고 깊이 있는 사고의 확장과 그 결과물을 풍성하게 쏟아낸다.

예컨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 이야기 전개의 중요한 단초가 되는 ‘팡틴 해고 사건’은 경제학의 ‘주인-대리인 문제’와 연계시킨다. 마들렌 시장으로 변신한 장발장이 운영하는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팡틴은 그녀에게 추근거리는 공장 관리인에 의해 쫓겨난다. 장발장의 잘못은 주인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에 더 혈안인 대리인의 문제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저자는 ‘대리인 문제’가 생기는 이유인 ‘정보 비대칭’과 이를 줄이기 위해 드는 ‘감시 비용’으로 논의를 넓힌다. ‘감시 비용’과 연관 지어 버스 기사와 택시 기사의 임금 구조를 비교하고, 사납금 문제가 안고 있는 택시의 딜레마도 설명한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소설 속에서 발견되는 경제 원리를 풀어 설명하고, 신화에 담긴 은유와 교훈을 경제학의 지혜로 소개한다. 역사의 장면 속에서 경제 원리의 뿌리를 찾고 사회과학의 다양한 관점과 경제학의 공약수를 발견한다. 과학 현상과 자연법칙 속에서 인간 행동을 규정하는 경제원리를 탐구하고 문제적 개인의 문제적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를 통해 경제학의 최첨단 영역인 게임이론을 설명한다.

“딱딱한 경제를 어떻게 하면 쉽게 설명할까 늘 고민한다”는 저자의 노력이 책에 반영돼 있다. 명쾌한 논리와 명료한 문체로 장마다 짤막한 용어·개념 설명을 곁들여 쉽게 풀어썼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나만의 경제원리’를 찾는 지침서뿐 아니라 저자의 바람대로 “인문학과 경제학에 동시에 관심을 갖게 해줄” 입문서이자 안내서로 추천할 만하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