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교활해서는 안되지만 영리할 필요는 있다. 영리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알아야만 우리는 좋은 삶을 지키기 위한 방어술을, 그리고 좋을 삶을 훼방 놓는 악한 의지의 사람들을 제압할 수 있는 공격술을 모두 터득할 수 있다.”

[책마을] 면세점 쇼핑은 패자의 자기위안?
《세상물정의 사회학》은 노명우 아주대 교수가 세속을 살아가는 자전적 삶의 경험을 사회학자의 냉정한 시선으로 담은 책이다. 저자는 그람시(상식), 베버(종교), 마르크스(노동), 베블런(명품) 등 사상가들의 사회학적 통찰을 기초로 삼아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먼저 상식에 대한 이 세상의 몰상식을 꼬집는다. ‘부자 되기’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 이후 사람들에게 상식과도 같은 목표다. 하지만 부자 되기가 유일한 상식이 되는 순간 몰상식이 시작된다. 모두 부동산 투기에 나서고, 이과생들이 기초과학을 멀리하고 의사만 되려 하고, 모든 의사 지망생이 성형외과 전문의를 지망한다. 각자의 상식적인 판단이 모여 몰상식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과시적 소비 열풍과 더불어 명품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내가 승리했음을 전하는 훈장으로 변질됐음도 비판한다. 또한 아울렛과 면세점은 승리하지는 못했으나 승리를 부러워하는 중산층을 만족시키기 위한 탈출구라고 일침을 가한다.

이웃, 성공, 명예, 수치심, 취미, 섹스와 같은 키워드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문제도 고민한다. 사람들이 집을 삶의 터전이 아닌 투자가치를 지닌 부동산으로 이해하는 한, 이웃은 스쳐 지나가는 옆사람에 불과하다. 갈수록 수치심에 민감해지는 현대인들은 부끄럽지 않기 위해 유행하는 옷을 사고, 남부끄럽지 않게 골프도 치고, 해외여행쯤은 다녀와야 한다고 믿는다.

저자의 사회학은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힐링 대신 차가운 현실을 들이댄다. 힐링은 그 순간 치유되는 느낌을 줄지 몰라도 결국 고통의 중심인 자신을 그대로 볼 기회를 잃어버리게 한다는 것. 저자는 “우리가 세상에서 느끼는 고통에 개인의 책임은 없다”며 “상처받은 사회를 치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현실에서 눈 돌리고 위안을 찾기보다는 세상을 냉정히 바라보고 불만을 말하라고 주문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