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탈북자 매체 뉴포커스
지난해 6월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북한당국이 발끈한 적이 있다. 김정은이 생일(1월8일)을 맞아 당 간부들에게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Mein Kampf)’을 선물하며 1차대전 패전국인 독일을 단기간에 재건한 히틀러의 ‘제3제국’을 잘 연구해 적용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명박 정부를 ‘리틀러’라고 비난한 북한이 히틀러를 연구한다니….

WP는 국내서도 생소한 탈북자 매체인 ‘뉴포커스’를 인용했다. 뉴포커스는 기사 말미에 “김정은이 히틀러로부터 정말 배워야 할 점은 (…) 히틀러의 비참한 최후다”라고 썼다. 이에 북 인민보안부가 특별담화까지 내며 협박했다. “존엄과 체제를 중상모독하는 탈북자들을 물리적으로 없애버리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단행하기로 결심했다”고.

설립 2년밖에 안 된 뉴포커스는 북한 권부를 예리하게 분석한 기사로 해외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318개 외신이 뉴포커스 기사를 인용 보도했고 영국 가디언, 일본 산케이 등 24곳에는 유료로 기사를 공급한다고 한다.

최근 장성택 숙청에 관해서도 뉴포커스의 정보력은 남달랐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김정은 1인 지배체제의 완성이라고 봤지만 뉴포커스는 이미 장성택의 실패를 예견했고, 숙청 배경도 달리 해석했다. 장성택·김경희에 의존하려던 김정은의 족벌정치를 끊어버리려는 당 조직지도부(김정일 측근그룹)의 반란이라는 설명이었다. 결국 김정은은 강경파에 완전 포위된 ‘수령 연기자’, ‘허수아비 수령’이라는 분석이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북남대화 재개’ 운운한 것을 놓고도 해석이 달랐다. 뉴포커스는 친북·종북 세력과의 연대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김정은 신년사를 분석했다. 실제로 대남공작을 담당하는 통일전선부 선전기구는 신년사설에서 “(남한 내) 대중적 투쟁은 오늘날 박근혜 정권 퇴진운동으로 확산되고 더이상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됐다”며 대남투쟁을 강조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체제과시와 사상결속을 강요할 것으로 뉴포커스는 내다보고 있다. 예년 신년사나 신년사설과 달리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희망하는 단어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뉴포커스의 대표는 통전부 간부를 지낸 장진성 씨(43)다. 분석의 정확성은 정보력과 해석력의 차이다. 이 점에선 국가정보원보다 낫다는 평까지 나온다. 북한문제 관련 오보나 외신 베끼기에 급급한 국내 언론으로선 부끄러운 노릇이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