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글로벌 석학에게 듣는다] "이머징마켓, 1~2년 진통 겪은 후 다시 글로벌경제 운전석 앉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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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코식 바수 세계은행 수석부총재
中 '그림자 금융' 개혁과정 위험한 사태 올수도
인도 '정치 리스크' 있지만 성장엔진 잘 작동
양적완화 축소는 美경제 회복의 '좋은 신호'
한국, 지속 성장하려면 혁신 R&D에 투자를
中 '그림자 금융' 개혁과정 위험한 사태 올수도
인도 '정치 리스크' 있지만 성장엔진 잘 작동
양적완화 축소는 美경제 회복의 '좋은 신호'
한국, 지속 성장하려면 혁신 R&D에 투자를
“이머징마켓(신흥국 경제)이 1~2년 정도 진통을 겪은 뒤 다시 글로벌 경제의 엔진으로 떠오를 것이다.”
코식 바수 세계은행 수석부총재 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머징마켓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신흥국의 부활에 무게를 실었다. 미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와 인도 재정부 수석경제고문을 지낸 바수 부총재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의 회복세는 신흥국에도 보약이 될 것”이라며 “신흥국이 얼마나 빨리 턴어라운드 하는가는 구조개혁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흥국이 1~2년 정도 구조개혁 과정을 거친 뒤 20년 정도 글로벌경제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 출신의 석학인 바수 부총재를 지난달 말 워싱턴DC 세계은행 빌딩 집무실에서 만나 2014년 글로벌 경제 전망 등을 들어봤다.
▷최근 글로벌 경제가 ‘선진국 부상-신흥국 퇴조’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흥국 경제가 2010년을 기점으로 둔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신흥국이 조만간 다시 글로벌 성장의 엔진이 될 것이다. 미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재정적자 해소 등 중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 있다. 유로존(유로화사용 18개국)의 경제회복은 아직 더디다.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을 보면 유럽에서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네덜란드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유로존이 성장의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신흥국 경제는 중국 의존도가 높다. 중국 경제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중국은 지난해 3분기 7.5% 성장률을 기록했다. 과거 두 자릿수 성장률에 비하면 침체로 볼 수 있지만 경제규모가 워낙 크다는 점에서 양호한 수치다. 중장기적으로 7~8%대 성장률을 예상한다. 다만 1~2년간 둔화될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변수는 과도한 신용팽창이다. 특히 비은행권대출(그림자 금융)이 너무 확대돼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여름에 신용을 죄려고 하자 단기금리가 20% 이상 급등했다. 비은행권 금융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례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상당한 혼란과 위험이 따를 수 있다.”
▷금융개혁을 해결하면 중국 경제가 다시 고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인가.
“중국은 국영기업이 성장을 주도하는 경제모델이다. 지금까지 잘 해나가고 있지만 너무 집중돼 있다는 게 문제다. 이를 분권화하고 민영화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경제성장을 투자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수준인데 이는 지속될 수 없는 구조다. 내수(소비)를 끌어올리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 구조개혁이 1~2년 동안 진행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성장이 잠시 둔화될 수 있다. 중국과 교역을 많이 하는 유럽, 인도, 아프리카, 한국 등도 이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고비를 넘기면 다시 성장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본다.”
▷일부 전문가들은 더딘 구조개혁과 과도한 신용팽창의 후유증 등으로 인해 신흥국 시대가 저물고 다시 선진국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건 매우 단기적인 전망이다. 사실 신흥국 경제는 2년간 둔화됐다. 구조개혁과 맞물리면서 경제불안정성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신흥국의 잠재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글로벌 노동시장을 보자. 기술발전으로 점점 통합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근로자가 영국에 있는 기업을 위해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 노동시장의 인재풀이 글로벌화로 통합되고 있다. 그런데 신흥국에서 약 4억명에 이르는 노동력은 아직 글로벌 인재풀에 편입하지 못하고 고립돼 있다. 여기에 신흥국의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저임금의 이들 인력이 조만간 기술발달에 힘입어 글로벌 인재풀에 진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20년간 신흥국의 새로운 성장 원동력이 될 것이다. 물론 단기적으론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각 나라가 이런 잠재력을 잘 활용해 노동시장을 글로벌마켓에 진입시키면 신흥국이 2~3년 내에 다시 글로벌경제의 운전석에 앉게 될 것이다.”
▷신흥국의 당면한 구조개혁 과제는.
“가장 시급한 분야가 금융부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 비은행 부문의 과도한 신용팽창에 대한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인도는 이미 금융권의 무수익자산, 부실채권 처리를 시작했다. 또 정부의 지배구조를 개혁해 시장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외국인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저임금의 노동력을 보고 더 많은 국제 투자자본이 신흥국을 찾을 것이다. 재정개혁도 시급한 과제다. 장기적으로는 앞서 지적한 대로 자국의 고립된 노동력이 글로벌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
▷인도경제의 급격한 침체는 어떻게 보나.
“인도 경제가 나빠진 것은 불과 1년 전이다. 과거 8~9% 성장률에서 2011년 7%대로 낮아졌으며 2012년에 3.2%로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는 4.8%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둔화 탓이다. 올해 선거가 있어 본격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선거 때는 경제이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낮아지는 데다 경제개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스케줄도 지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 전망은 밝게 본다. 투자가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GDP의 35%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양질의 풍부한 노동력을 갖고 있다. 경제성장의 엔진이 잘 작동되고 있는 셈이다. 향후 1년 정도는 정치적 문제로 경제가 어려울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고성장 궤도에 다시 오를 것으로 본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축소가 신흥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영향에 대해서는 낙관한다. 지난해 여름 Fed가 양적완화 축소를 예고할 당시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에서 급격한 통화가치의 평가절하가 이뤄졌다. 주식시장도 크게 요동쳤다. 내가 보기엔 과잉반응이었다. 양적완화 축소의 단기 충격은 그때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 물론 앞으로도 단기 충격이 올 수 있지만 양적완화 축소는 장기적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양적완화 축소가 확대된다는 것은 미 경제가 그만큼 더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제회복은 글로벌 경제에도 좋은 신호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는 미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이뤄졌다. 좋은 타이밍이 아니었다. 그러나 미 경제가 회복되면 한·미 FTA에 따른 이익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최근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노동생산성 저하로 장기전망에 대해선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 7%는 유럽 등에 비하면 그리 나쁘지 않다. 문제는 장기 실업자가 많다는 점이다. 실업자의 36%가 장기 실업자다. 미국에서 과거 이런 전례가 없었다. 과거에는 일자리를 잃어도 금방 일자리를 다시 구할 수 있었다. 장기간 실업상태가 되면 노동 기술력이 둔화돼 생산성이 떨어진다. 이 문제가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개방국가’라는 장점이 있다. 전 세계로부터 신선한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다. 인구증가율 0.9%도 다른 선진국에서 볼 수 없는 높은 수준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가 역동성을 되찾을 것으로 본다.”
▷한국의 대기업 중심 수출주도형 경제모델이 성장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소규모 개방경제는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것이 한국 경제의 약점이라고 보지 않는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 수출이 늘어나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지속 성장하려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창의성 있는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100년 역사를 보면 뉴아이디어와 신기술이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 코식 바수 부총재는…인도 재정부 고문 시절 김용 총재가 영입, 라잔과 '쌍벽' 경제석학
코식 바수 세계은행 수석부총재(62)는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와 함께 인도가 낳은 세계적인 경제석학이다. 인도 델리대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코넬대 경제학과장을 지냈다.
지난해 9월 한국을 방문해 서울대에서 ‘경제발전의 사회적 기초’에 대해 특별강연을 했다. 2012년 10월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영입하기 전까지 인도 재정부의 수석경제고문 역할을 했다.
바수 부총재가 세계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뒤 시카고대의 라잔 교수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바수 부총재는 인도 출신의 첫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이며, 신흥국 출신으로 전임자인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에 이어 두 번째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미 중앙은행(Fed) 부의장으로 거론되는 스탠리 피셔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 등이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코식 바수 세계은행 수석부총재 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머징마켓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신흥국의 부활에 무게를 실었다. 미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와 인도 재정부 수석경제고문을 지낸 바수 부총재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의 회복세는 신흥국에도 보약이 될 것”이라며 “신흥국이 얼마나 빨리 턴어라운드 하는가는 구조개혁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흥국이 1~2년 정도 구조개혁 과정을 거친 뒤 20년 정도 글로벌경제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 출신의 석학인 바수 부총재를 지난달 말 워싱턴DC 세계은행 빌딩 집무실에서 만나 2014년 글로벌 경제 전망 등을 들어봤다.
▷최근 글로벌 경제가 ‘선진국 부상-신흥국 퇴조’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흥국 경제가 2010년을 기점으로 둔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신흥국이 조만간 다시 글로벌 성장의 엔진이 될 것이다. 미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재정적자 해소 등 중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 있다. 유로존(유로화사용 18개국)의 경제회복은 아직 더디다.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을 보면 유럽에서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네덜란드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유로존이 성장의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신흥국 경제는 중국 의존도가 높다. 중국 경제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중국은 지난해 3분기 7.5% 성장률을 기록했다. 과거 두 자릿수 성장률에 비하면 침체로 볼 수 있지만 경제규모가 워낙 크다는 점에서 양호한 수치다. 중장기적으로 7~8%대 성장률을 예상한다. 다만 1~2년간 둔화될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변수는 과도한 신용팽창이다. 특히 비은행권대출(그림자 금융)이 너무 확대돼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여름에 신용을 죄려고 하자 단기금리가 20% 이상 급등했다. 비은행권 금융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례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상당한 혼란과 위험이 따를 수 있다.”
▷금융개혁을 해결하면 중국 경제가 다시 고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인가.
“중국은 국영기업이 성장을 주도하는 경제모델이다. 지금까지 잘 해나가고 있지만 너무 집중돼 있다는 게 문제다. 이를 분권화하고 민영화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경제성장을 투자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수준인데 이는 지속될 수 없는 구조다. 내수(소비)를 끌어올리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 구조개혁이 1~2년 동안 진행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성장이 잠시 둔화될 수 있다. 중국과 교역을 많이 하는 유럽, 인도, 아프리카, 한국 등도 이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고비를 넘기면 다시 성장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본다.”
▷일부 전문가들은 더딘 구조개혁과 과도한 신용팽창의 후유증 등으로 인해 신흥국 시대가 저물고 다시 선진국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건 매우 단기적인 전망이다. 사실 신흥국 경제는 2년간 둔화됐다. 구조개혁과 맞물리면서 경제불안정성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신흥국의 잠재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글로벌 노동시장을 보자. 기술발전으로 점점 통합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근로자가 영국에 있는 기업을 위해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 노동시장의 인재풀이 글로벌화로 통합되고 있다. 그런데 신흥국에서 약 4억명에 이르는 노동력은 아직 글로벌 인재풀에 편입하지 못하고 고립돼 있다. 여기에 신흥국의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저임금의 이들 인력이 조만간 기술발달에 힘입어 글로벌 인재풀에 진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20년간 신흥국의 새로운 성장 원동력이 될 것이다. 물론 단기적으론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각 나라가 이런 잠재력을 잘 활용해 노동시장을 글로벌마켓에 진입시키면 신흥국이 2~3년 내에 다시 글로벌경제의 운전석에 앉게 될 것이다.”
▷신흥국의 당면한 구조개혁 과제는.
“가장 시급한 분야가 금융부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 비은행 부문의 과도한 신용팽창에 대한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인도는 이미 금융권의 무수익자산, 부실채권 처리를 시작했다. 또 정부의 지배구조를 개혁해 시장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외국인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저임금의 노동력을 보고 더 많은 국제 투자자본이 신흥국을 찾을 것이다. 재정개혁도 시급한 과제다. 장기적으로는 앞서 지적한 대로 자국의 고립된 노동력이 글로벌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
▷인도경제의 급격한 침체는 어떻게 보나.
“인도 경제가 나빠진 것은 불과 1년 전이다. 과거 8~9% 성장률에서 2011년 7%대로 낮아졌으며 2012년에 3.2%로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는 4.8%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둔화 탓이다. 올해 선거가 있어 본격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선거 때는 경제이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낮아지는 데다 경제개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스케줄도 지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 전망은 밝게 본다. 투자가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GDP의 35%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양질의 풍부한 노동력을 갖고 있다. 경제성장의 엔진이 잘 작동되고 있는 셈이다. 향후 1년 정도는 정치적 문제로 경제가 어려울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고성장 궤도에 다시 오를 것으로 본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축소가 신흥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영향에 대해서는 낙관한다. 지난해 여름 Fed가 양적완화 축소를 예고할 당시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에서 급격한 통화가치의 평가절하가 이뤄졌다. 주식시장도 크게 요동쳤다. 내가 보기엔 과잉반응이었다. 양적완화 축소의 단기 충격은 그때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 물론 앞으로도 단기 충격이 올 수 있지만 양적완화 축소는 장기적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양적완화 축소가 확대된다는 것은 미 경제가 그만큼 더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제회복은 글로벌 경제에도 좋은 신호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는 미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이뤄졌다. 좋은 타이밍이 아니었다. 그러나 미 경제가 회복되면 한·미 FTA에 따른 이익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최근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노동생산성 저하로 장기전망에 대해선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 7%는 유럽 등에 비하면 그리 나쁘지 않다. 문제는 장기 실업자가 많다는 점이다. 실업자의 36%가 장기 실업자다. 미국에서 과거 이런 전례가 없었다. 과거에는 일자리를 잃어도 금방 일자리를 다시 구할 수 있었다. 장기간 실업상태가 되면 노동 기술력이 둔화돼 생산성이 떨어진다. 이 문제가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개방국가’라는 장점이 있다. 전 세계로부터 신선한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다. 인구증가율 0.9%도 다른 선진국에서 볼 수 없는 높은 수준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가 역동성을 되찾을 것으로 본다.”
▷한국의 대기업 중심 수출주도형 경제모델이 성장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소규모 개방경제는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것이 한국 경제의 약점이라고 보지 않는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 수출이 늘어나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지속 성장하려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창의성 있는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100년 역사를 보면 뉴아이디어와 신기술이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 코식 바수 부총재는…인도 재정부 고문 시절 김용 총재가 영입, 라잔과 '쌍벽' 경제석학
코식 바수 세계은행 수석부총재(62)는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와 함께 인도가 낳은 세계적인 경제석학이다. 인도 델리대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코넬대 경제학과장을 지냈다.
지난해 9월 한국을 방문해 서울대에서 ‘경제발전의 사회적 기초’에 대해 특별강연을 했다. 2012년 10월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영입하기 전까지 인도 재정부의 수석경제고문 역할을 했다.
바수 부총재가 세계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뒤 시카고대의 라잔 교수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바수 부총재는 인도 출신의 첫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이며, 신흥국 출신으로 전임자인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에 이어 두 번째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미 중앙은행(Fed) 부의장으로 거론되는 스탠리 피셔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 등이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